[뉴스토마토 윤영혜·이진하 기자]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아의 무한 대치 정국이 이어지면서 관가는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맞서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특별위원회를 가동 중인데요. 전례 없는 반쪽짜리 상임위원회를 개최한 민주당은 청문회, 동행명령권 등을 거론하며 정부에 엄포를 놓는 모양새입니다.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예산안을 둘러싼 신경전도 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간에 낀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줄줄이 이중으로 불려 나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됐습니다.
청문회에 동행권까지…관가 '초긴장'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단독으로 상임위를 연 민주당은 부처 장관 등에 출석 요구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 부처에서 업무보고를 취소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원내대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등은 민주당 의원들이 요구한 업무보고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부처 업무보고 거부는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지시에 따른 것이란 게 박 원내대표의 주장인데요.
국회는 통상 개원하면 현안 파악 차원에서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진행합니다. 한 기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다음 주쯤에는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려고 하는데 기재부에서 안 들어오겠다고 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12일 국민의힘이 가동한 재정세재개편특위에 참석했던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국민의힘 의원총회까지 참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부처 업무보고 보이콧이 지속될 경우 청문회를 개최하거나 동행명령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청문회는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3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장관이 상임위에 불출석하면 청문회를 열어 법적 제재를 가하고 불출석이 반복되면 탄핵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건데요. 동행명령권을 발동해서 국회의원이 현장에 동행하는 방식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양쪽 눈치보기…개각설까지 뒤숭숭
야당의 전방위 압박에 정부 부처 내부에는 난감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거야의 맹공이 예견된 상황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다음 주 전체회의가 예정된 상임위의 정부부처 공무원은 "여당에서 압박한다 해도 야당에서 청문회 등을 거론하며 저렇게 세게 나오는데 장관이 가지 않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당의 특위·야당의 상임위로 구성된 '2보고 체제'에 대한 불만도 나옵니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같은 현안에 대해 두 번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재부 소속 한 공무원은 "지금도 일이 많아 바쁜 상황인데 한 번에 가서 하면 될 일을 두 번 해야 하는 셈"이라며 "보고가 많아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은 "양쪽에 끼어 눈치보느니 조속히 상임위가 구성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산은 더 큰 문제입니다. 국회는 예산 증·감액 권한을 갖고 있는데요. 국회 입장에서 최종 예산안에 대해 정부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국회가 마음먹고 딴죽을 건다면 정부로선 속수무책입니다. 여소야대 속 입법권력을 쥔 야당에 미운털이 박히면 내년도 예산안까지 발목 잡힐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특히 산업부의 경우 당장 동해 유전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야당 협조가 필수적인데요. 현재와 같은 대치 국면이라면 사업비 확보는 요원합니다. 산업부 소속 한 공무원은 "벌써부터 민주당에서 유전 개발 관련 국정조사까지 거론하고 있다"며 "어쨌든 혼란스럽고 이렇게 야당 단독으로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개각을 앞둔 시점이라 내부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빠르면 이달 말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개각 대상으로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정식 고용노동부·한화진 환경부·이주호 교육부·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창기 국세청장 등이 거론됩니다.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 한 정부 부처 공무원은 "다음 수장으로 누가 올 지 신경 쓰느라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영혜·이진하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