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폭주)②식품가격 줄인상…원가 부담 대 고물가 편승

총선 직후 릴레이 가격 인상…원·부자잿값 상승 이유
실상은 원·부자잿값 등락 반복…소비자 부담 전가?

입력 : 2024-06-18 오후 5:25:57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물가의 토대라 할 수 있는 먹거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업계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문제는 가격 인상 계획을 이미 발표했거나, 검토 중인 대다수 식품업체들이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고물가 분위기를 틈타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2.7% 올랐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두 달 연속으로 3.1%를 기록했다가, 지난 4월(2.9%)부터 다시 2%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상승폭이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일견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내막은 조금 다릅니다.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17.4% 오르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기 때문이죠. 이중 신선과일은 같은 기간 39.5%, 신선채소는 7.5%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에 기여했습니다.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체 평균 대비 0.1%포인트 높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외식물가가 소비자물가 평균을 웃도는 현상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36개월째 진행 중입니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절반 이상인 23개가 평균을 넘었고 물가가 내린 품목은 없었습니다. 떡볶이가 5.4%로 가장 높고 △도시락 5.3% △김밥 5.2% △비빔밥 5.2% △칼국수 4.3% △쌀국수 4.2% △김치찌개백반 4.1% 등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주요 외식 품목의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른 것이 전체 물가 고공행진 흐름으로 직결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올해 4월 총선 이후 식품·외식 기업들이 줄줄이 도미노 식품 가격 인상에 나서는 점도 물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 같은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는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중심으로 올 들어 여러 차례 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가격 인상 자제 및 물가 안정을 당부했지만, 아직까지 업계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요 가공식품 가격 '도미노 인상'
 
오히려 식품·외식 업계는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이유로 식품 가격 인상에 속도를 붙이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품목별 선두 업체들이 외식의 기본이 되는 기름, 간장 등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향후 업계의 연쇄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 식품의 경우 웬만한 요리에 빠질 수 없는 필수 품목이라는 점에서 가격 상승 시 전반적인 가공식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까닭입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고소함가득 참기름' 등의 대형마트 판매 가격을 15%가량 인상하고, '백설 압착올리브유' 등 올리브유 가격도 33% 정도 올렸는데요. 특히 올리브유의 경우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 가뭄으로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1년 새 40% 넘게 올라 제품값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입니다.
 
같은 달 CJ제일제당은 김 가격도 11~30% 인상했습니다. 아울러 조미김 시장 1위인 동원F&B는 이달 1일부터 '양반김'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약 15% 올렸습니다. 동원F&B 관계자는 "조미김의 가공 전 원재료인 김 원초 가격이 전년 대비 약 2배 올랐다. 글로벌 작황이 부진해 공급은 줄어든 반면, K-푸드 인기로 글로벌 김 수요는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원초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기 어려워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간장 시장 1위 업체인 샘표식품은 이달 간장 제품 가격을 평균 7.8% 인상했습니다. 인상 품목은 약 30종이며 특히 대표 제품인 '샘표 양조간장 501' 가격은 11.8% 높였습니다. 또 롯데칠성음료도 이달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등 6개 음료 품목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습니다.
 
외식 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너시스BBQ는 이달 4일부터 23개의 메뉴 권장 판매 가격을 평균 6.3% 인상했습니다. 당초 BBQ는 치킨 가격을 지난달 23일 올린다고 밝혔다가 인상 시점을 같은 달 31일로 늦춘 뒤 다시 한 번 연기했습니다. 이 밖에 맥도날드는 지난달 16개의 메뉴 가격을 평균 2.8% 높였고, 피자헛은 메뉴 2종 가격을 3%씩 인상했습니다. 또 최근 더본코리아는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의 시즌 메뉴인 수박 주스 가격을 전년보다 5.2%, '한신포차'의 인기 메뉴 가격을 최대 14% 높였습니다.
 
(제작=뉴스토마토)
 
등락 거듭하는 국제 식량 가격…업계 주장 무색
 
식품·외식 업체들은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제 원·부자잿값 상승, 유가 리스크 확대, 원화 가치 하락으로 기존 인건비, 물류비 등 관리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가 국제 곡물, 유가의 높은 영향력 아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9% 상승한 120.4포인트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이중 곡물가격지수는 국제 밀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전월보다 6.3% 오른 118.7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 유제품 가격은 전월 대비 1.8% 높아진 126포인트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유지류는 전월 대비 2.4% 하락한 127.8포인트로 집계됐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생산량이 계절적 요인으로 증가한 팜유 가격이 지수 하락을 유도했습니다. 아울러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던 설탕가격지수도 117.1포인트로 전월 대비 7.5% 하락했습니다. 이는 브라질에서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수확이 원활해졌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식량 가격 품목이 내리는 품목도 적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오히려 지난해 7월 124.6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올해 2월까지는 매월 하락했습니다. 또 곡물가격지수의 경우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170.1)의 70% 수준으로 내려온 상황입니다. 유지류가격지수 역시 고점을 찍은 2022년 3월(251.8) 대비로는 거의 반 토막 났는데요.
 
상승 일변도라는 업계 주장과는 달리 글로벌 식량 가격이 일정 기간에는 하락 흐름을 유지한 겁니다. 사실상 업계가 고물가 흐름에 편승해 식품 가격을 올리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겠다는 의도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외식)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데 있어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된 이유로 드는데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 원상 회복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라며 "원료 가격이 하락할 땐 이를 감안해 식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 이치에 맞고, 또 소비자들도 납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방문객이 과자 코너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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