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키우는 전삼노, 삼성전자 내 1노조 ‘흡수통합’ 추진

다음 달 초 노조 통합 마무리 계획
1노조 통합시 2·3노조 통합도 탄력
전문가 "교섭권 아닌 삼성전자 미래 같이 생각해야"

입력 : 2024-06-18 오후 5:42:25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삼성전자사무직노조(1노조)와 흡수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삼노는 복수노조 체제로 구성된 삼성전자의 노조들을 통합해 사측과 정식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풀이됩니다.
 
18일 <뉴스토마토>의 취재에 따르면 전삼노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다음 달 초 조합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노조 명칭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으로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전삼노 관계자는 "다음 달 초 1노조와 통합이 예상된다"면서 " 방식은 흡수통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노조 조합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에 첫 번째 노조 깃발을 꽂은 노조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앞에서 문화행사 중인 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 (사진=표진수기자)
 
조합원 3만명 근접한 전삼노…6만명 이상 가입 목표
 
전삼노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측과 합법적인 임금 및 단체 협상을 할 수 있는 전체 직원(약 12만명)의 과반입니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원 과반으로 구성된 노조가 없을 경우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협의하고 회사가 임금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지난 17일 기준 2만8299명으로 아직 과반을 넘지 못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사측이 법적으로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측도 노조 대신 직원 대표 8명과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인상률을 정해왔습니다. 
 
노조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것은 노조 패싱이자 교섭 무력화라며 반발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에만 10여차례 협상을 이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이 결렬됐고, 지난달 7일 창사 55년 만에 첫 파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삼노는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해 삼성전자 내 다른 노조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합을 추진 중인 나머지 3개 노조 조합원 규모는 약 2000명 정도로, 전삼노와 통합시 전체 직원 (12만명)의 25%(약 3만명)를 달성하게 됩니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앞에서 버스 투쟁 중인 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 (사진=표진수기자)
 
'복수노조' 체제 삼성전자…본격 통합 작업 돌입
 
삼성전자 노조는 복수노동조합 체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삼성전자사무직노조(1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2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3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4노조) 삼성DX노조(5노조) 등 입니다.
 
삼성전자사무직 노조는 지난 2018년 2월 가장 먼저 출범했습니다. 이후 8월에 2노조 삼성전자구미노조가 생겼고, 같은 달 삼성전자노조 동행이 만들어졌습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2019년 11월, 뒤이어 DX노조는 지난해 1월 만들어졌습니다. 삼성전자와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는 노조는 가장 많은 조합원 수를 가지고 있는 전삼노입니다.
 
복수노조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 간 통합의 움직임이 시작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전삼노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와 통합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통합 추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전삼노는 사측과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1노조와 흡수통합 진행한 이후 2노조와 3노조도 통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1노조 통합이 순조롭게 마무리 될 경우 2·3노조와 통합도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전삼노 관계자는 "2·3 노조와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1노조가 통합이 돼야 한다고 먼저 합의가 됐다"며 "2·3 노조의 통합 전제조건은 상급단체 탈퇴인데, 그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설립시기 (그래픽=뉴스토마토)
 
 
노-노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
 
삼성전자 내 전삼노와 삼성DX 노조 간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노조가 자리를 안정적으로 잡기 위해서는 직원, 조합원들 간 통합이 필요하지만, 두 노조 간 갈등은 커질 때로 커졌습니다.
 
전삼노가 지난 7일 사상 첫 파업 선언 한 가운데 DX노조가 속한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에서 전삼노의 비위를 주장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파업 선언 당일에는 초기업노조가 입장문을 내고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노조 간 갈등을 풀기는 쉽지 않겠지만, 노조가 사측과의 교섭권이 아닌 회사의 발전을 위한 접합접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순 교섭권을 얻기 위한 노조 간 다툼은 있어서는 안된다"며 "삼성전자의 미래와 직원들의 역할 등의 접합점을 제시해 통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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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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