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한국과 영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타결로 국내 완성차업계의 유럽 공략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미국과 중국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 등 유럽 국가들과의 무역 협력 강화로 실적 개선에 대한 국내 완성차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입니다.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과 영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각) 2년여간의 협상 끝에 한·영 FTA 개선 협상을 최종 타결했습니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성과는 자동차 수출(관세 10%) 관련 무관세 적용을 위한 원산지 기준이 기존 55%에서 25%로 대폭 완화됐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영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금액으로는 23억9000만달러(약 3조5253억원)에 달합니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이번 협상으로 영국 수출 시 관세 부담을 크게 덜게 됐습니다. 영국이 자동차에 매기는 10%의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차량 범위가 넓어지면서, 차종에 따라 대당 수백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 브렉시트 직후 맺은 FTA는 한·유럽연합(EU) FTA를 바탕으로 해, 배터리 원자재 등 해외에서 들여온 부품 비중이 높을 경우 엄격한 원산지 요건을 맞추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선 협상 타결로 전기차 등 핵심 차종의 관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국 업체들의 영국 시장 공략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으로, 매년 약 200만대가 판매됩니다. 고급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많고 구매력 있는 고객층이 두터워 완성차업체들에게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입니다.
관세 혜택이 넓어지면 전기차 같은 고가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판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영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42만620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습니다. 전기차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8.7%에서 22.7%로 상승했습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국이 대형 시장을 이루고 있어, 영국에서의 성공은 유럽 전역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 집중하고 있는 KGM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KGM의 전체 수출 중 65%가 유럽으로 향할 정도로 이 지역은 핵심적입니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정책 강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판매가 주춤하는 등 양대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한·영 FTA 개선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영국 시장에서 관세 부담이 줄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영국과 독일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시장을 넓힐 기회를 잡았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