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일본 정부의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행정지도로 ‘탈네이버’를 선언한 라인야후가 한국 서버에 있던 일본인 이용자의 데이터 이전을 진행하며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알리·테무 등의 국민 개인정보 중국 이전 논란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앞두고 있어 시험대에 오른 모습입니다.
라인프렌즈 (사진=뉴시스)
19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
(CEO)는 전날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네이버(
NAVER(035420))와 시스템 분리 시점을 앞당기고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 위탁 관계를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요
. 특히 라인야후는
“일본인 이용자 데이터의 국내 이전을 진행시키고 있고 부정 엑세스
(개인정보 유출
) 사안에 대한 대응책과 함께 이전 완료를 위해 노력하겠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
라인야후가 공지한 데이터 이전 계획에 따르면 한국 서버에 있는 일본인 라인 사용자의 데이터 이전은 대부분 완료된 상황인데요. 앨범과 노트 등의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이전도 상반기 중으로 끝마친다는 계획입니다. 라인 뉴스, 라인 라이브 등의 동영상 데이터(12월 완료), 매출 관련 정보 등이 담긴 재무정보시스템(2026년 6월 완료)을 끝으로 이전은 마무리됩니다.
이 같은 라인야후의 조치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인한 일본 정부의 보안 강화 지시에 따른다는 명목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 속내는 일본 국민의 데이터는 ‘자국’ 기업이 관리해야 한다는 ‘데이터 주권’ 논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자본관계 재검토’ 행정지도와 라인야후의 ‘탈네이버’ 선언 등 한국 기업인 네이버를 몰아내려는 일련의 압박 조치는 이를 뒷받침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데이터는 안보 문제와 직결되고, 개인 차원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데이터 주권’ 즉,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어디선가 유출된 개인정보로 인해 최근 기승을 부리는 ‘주식 거래 권유’ 스팸 문자 등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내 정보가 어디서 털려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 속 일각에서는 ‘내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명패 (사진=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해외로 이전된 개인정보의 열악한 관리 실태는 우리나라의 ‘데이터 주권’ 미래를 어둡게만 합니다. 최근 프랑스의 고가 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에서 한국 고객 정보 2900건이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태그호이어는 지난 2019년 말부터 2020년까지 홈페이지를 새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해커의 공격을 받아 개인정보를 유출했지만, 이런 사실을 지난해 5월에야 개인정보위에 ‘늑장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개인정보위는 국민 개인정보의 중국 이전 우려를 사는 알리·테무에 대해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조사 중인데요. 법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처분으로 이어지는 조사인 만큼 데이터 주권과 관련한 시험대에 오른 모습입니다. 개인정보위는 해당 조사를 이달 중으로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글로벌 시대, 자국에 개인정보가 있다고 데이터 주권이 확립되는 차원은 아니고 그 데이터를 누가 쓰고 누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가 주권 문제”라며 “(기업들이 보유한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우리 법에 준해서 합법적으로 다루고 정책적으로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한테 어떤 혜택이 있는지 등 활용 측면까지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