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공격 받으면 상호 원조"…북·러,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2시간 단독 회담…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입력 : 2024-06-19 오후 6:32:54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유지웅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고 양국의 외교 관계를 격상시켰습니다. 한반도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양국은 보건과 의료, 교육, 과학 분야 협력에 대한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또 두만강 교량 건설과 관련한 협정에도 서명했습니다.
 
특히 이번 협정에 북러 중 한쪽이 공격을 받으면 상호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양국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도록 군사 협력을 맺은 겁입니다.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단독 정상회담을 마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단독 회담은 2시간가량 진행됐다고 합니다.
 
옛 소련시절로 회귀…북,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
 
앞서 북·러 양국은 푸틴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0년 '선린 우호 관계'를 맺은 바 있는데, 이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으로 크게 격상한 겁니다.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포괄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러시아 측에서 국방·외교·교통·에너지 등 전 분야 참모들이 참석한 만큼 양국의 협력 관계가 한층 두터워질 전망입니다.
 
한국의 경우 2008년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는데, 북한은 '포괄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외교관계로 평가됩니다. 러시아가 북한과 같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우즈베키스탄·몽골·베트남·아르헨티나 등입니다. 또 중국과는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북·러는 이번에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로 격상되면서 무기부터 무역·금융 분야까지 양국의 협력을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는 옛 소련 시절의 군사·경제 협력 수준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양국이 핵·미사일 개발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무대에서의 고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서로가 출구를 모색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번 회담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양국의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협정에 포함되면서 양국간 군사 협력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조항은 1990년 소련이 한국과 수교를 맺은 뒤 폐기된 바 있습니다. 당시 조항은 북·러 중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상대방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조항이 되살아나면서 유사시 남북 간 갈등에 러시아가 자동 군사개입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북·러의 군사 밀착은 냉전 시대 동맹 수준으로 급격히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협정 내용은 공개되진 않았지만, 양국은 이번 협정 체결로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과 방사포 등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북한이 필요한 전략 무기·기술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북한은 또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군사 기술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대가로 북한이 지난달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 만리경-1-1호와 관련한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 보리소프 우주공사 사장이 참석한 만큼 북한의 우주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방안이 한층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오른쪽 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러 경제협력 강화…'제재 무력화' 무역망 구축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를 받는 북한과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무역·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구체적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평양 도착 전 북한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양국이 미국 중심의 금융 시스템과 기축통화 영향력에서 벗어나 경제 협력을 꾀하겠다는 것인데요. 러시아가 국제금융결제망(SWIFT)을 대체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에 북한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대북·대러 제재 피할 무역망을 추진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를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제재와 감시 대상인 달러화를 대신해 루블화 거래를 확대해 루블화 영향력을 키우고, 북한의 대외 거래 뒷길을 노골적으로 터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번 협정에서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에 대거 파견하는 방안도 합의했을지도 주목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 내 북한 인력 수요는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주용·유지웅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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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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