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북·러 위험한 밀착, 동맹 복원…연합 훈련 땐 한반도 위기↑"

"북, 러시아라는 안보 뒷배 마련…브릭스 편입 가능성도"
"군사기술 협력 약속…한반도 핵무기 고도화 불가피"

입력 : 2024-06-20 오후 5:43:04
[뉴스토마토 한동인·박주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통해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이번 조약에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문구를 빼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힘을 보탰는데요. 
 
20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 4인에게 이번 조약의 의미, 향후 한반도 정세, 한·러 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구했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나다 순)이 참여했습니다. 
 
지난 19일 진행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4인의 전문가 진단.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동군사개입 해석 '분분'…"북·러 전략적 공간 넓어져"
 
평양에서 진행된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4조의 내용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을 보면 4조에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러시아)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를 놓고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되살아난 것이라는 해석과 오판이라는 반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정 센터장은 "군사개입을 너무 명확하게 할 경우 후폭풍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양국이 조약 자체를 모호하게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는데, 양국의 전략적 공간을 넓힌 것이라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사 개입이라는 게 포괄적으로는 군사 원조에 포함된다는 겁니다.
 
반면 고 전 원장은 "어떤 한 일방이 침략을 받았을 때 즉각 지원이라는 것이지 자동개입은 확대 해석일 수 있다"며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군사 지원에 대한 사후 정리로 러시아도 같은 수준에서 도와줄 수 있다는 걸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조 교수는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갔다는 건 오판"이라며 "이번 북·러 조약에는 한·미 조약과 마찬가지로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법에 준하여'라는 조건을 붙여놨기 때문에 자동군사개입이 부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에 대한 사후적 측면이 강한 것으로, 군사 기술 이전이라는 군사 분야 협력의 의미가 두드러진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위원은 "러시아가 포괄적 동반자라는 협약을 맺은 관계 중에 군사 동맹적 관계는 없으며, 중국과도 군사 동맹은 아니다"라며 "이번 협약은 상호 지원이라는 현 상태의 안정적 지속을 담보하기 위한 협약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이번 협약을 기반으로 군사기술 협력을 약속했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완전한 군사동맹은 아니지만 준군사동맹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모란관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만찬 중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확장억제 강화 불가피…군사적 긴장도 올라가"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동개입 조항'의 부활 여부보다 북·러의 군사협력에 따른 한반도 위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읍니다.
 
고 전 원장은 "2000년 당시 협정과 달리 한반도 평화라는 문구가 빠진 것은 북한이 펼치고 있는 '두 국가론'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이 주체와 자주를 거론하고 있지만 자유주의 국가들의 훈련이 강화되고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면 북한과 러시아가 연합 훈련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평양에서 두 정상의 만남은 북한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통해 안보를 보장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보호에 따라 북한은 경제 발전만 이뤄내면 되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브릭스(러시아·중국 주도 신흥 경제국 연합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편입하게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조 교수는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서방을 크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무형의 기술 지도는 가능할 것"이라며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 1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러시아의 기술 지도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위원은 "북·러의 관계가 현상적으로 크게 변경된 것은 없지만 준군사동맹적 성격조차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미가 확장억제력 강화 등의 대응을 확대할 것"이라며 "결국에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도와 군비 경쟁 요소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이른바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은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 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당일치기 방문은 방북의 의미를 축소시킨 측면이 있다"며 "6·25를 피해 방북한 것 역시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력을 확대하면서도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동인·박주용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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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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