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작 3% 없앴다…식물위 200개 통폐합 '헛구호'

윤 대통령 지시에도…'유명무실' 정부위원회 '그대로'
행안부 "법령 개정안 제출 완료…순차 감축 중"

입력 : 2024-06-20 오후 5:23:15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추진한 '정부위원회 통폐합'이 헛구호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앙행정기관 소속 위원회 통폐합 비율이 애초 공언했던 감축 계획(최소 30% 이상)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면서 그간 표방했던 '작은 정부'도 공염불이 됐습니다. 앞서 정부는 유명무실한 정부위원회의 통폐합을 통해 예산 낭비를 방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특히 행정안전부는 민관합동진단반을 구성, '정부 위원회 전수조사→운영실적 종합 검토→자체 정비안 마련→법령 개정안의 국회 제출' 등의 플랜을 짰는데, 진척 상황을 알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습니다. 부처별 위원회 활동 현황과 정비 상황에 대한 정보공개도 현 상황과 시차가 큽니다. 정부의 직무유기로 부처 조직의 비효율성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작은 정부' 표방하더니…윤정부 2년간 '22개' 통폐합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모경종 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해 분석한 결과, 6월14일 기준 윤석열정부 산하 위원회 수는 총 609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문재인정부 당시 정부 산하 위원회 631개에서 22개 줄어든 수치인데요.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불필요하거나 회의 실적이 저조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위원회를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강조했고, 취임 한 달이 지난 2022년 6월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위원회 통폐합·정비에 착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같은 해 7월5일 행안부는 '정부위원회 정비 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했습니다. 2022년 6월 말 기준 629개인 정부 산하 위원회 최소 30%(약 200개) 이상 정비하는 내용이 골자였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20개 안팎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경우 최대 70%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하며 '위원회 다이어트'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중앙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는 정부 정책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김대중정부 시절 383개였던 위원회는 노무현정부 때 579개로 대폭 늘었다가 이명박정부에서 530개로 소폭 감소했습니다. 이후 박근혜정부에서는 558개로 다시 증가세를 나타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631개로 73개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그간 불필요한 위원회가 마구잡이로 생기거나 회의도 열리지 않는 채로 존속하는 등 사실상 기능이 유명무실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위원회 활동이 정부 내 신속한 의사결정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예산이 낭비되는 등의 문제점도 뒤따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신설된 위원회 '24개'…대통령 직속위도 '3개' 더
 
이 같은 이유로 윤석열정부는 정부 운영 효율화와 위원회 정비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건데요. 원대한 포부만큼 실행력이 뒤받쳐 주지 않았습니다. 지난 2년 사이 위원회 수는 고작 20개만 줄었습니다. 목표치의 10%에 불과합니다. 그 사이 새롭게 신설된 위원회 수도 24개에 이릅니다. 
 
대대적 손질을 예고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만 놓고 보더라도, 2022년 9월 대통령실은 20개 소속 위원회 중 13개를 정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존속 기한이 만료되는 국가교육회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를 폐지하겠다는 계획만 현실화가 됐습니다. 
 
국가인적자원위원회는 2009년 이후 현재까지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지하기로 했으나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국무총리나 부처 소속으로 변경하기로 했던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위원회, 국가물관리위원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도 여전히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울러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2022년 7월), 국가교육위원회(2022년 9월), 지방시대위원회(2023년 7월) 등 3개 위원회가 이 기간 신설됐는데요. 지방시대위원회는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하기로 계획된 것이었고,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국가교육위원회는 각각 폐지됐던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가교육회의를 대체하는 성격이라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당초의 취지는 무색해졌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245개 위원회 정비 계획을 발표한 직후 국회에 관련 법령 개정안을 제출했고 지금까지 총 107개의 법 개정이 완료됐다"며 "다만 아직 법령 시행일이 되지 않아 가시화가 되지 않은 것이다. 위원회 숫자는 순차적으로 감축이 계속되고 있다"고 해명했는데요.
 
모경종 의원은 "정부의 효율적인 운영은 당연히 필요한 측면"이라면서도 "단순히 숫자 줄이기가 효율화의 방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현실적인 문제로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면 그 이유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그저 업무를 불성실하게 한 것이라면 국회 차원에서 감시와 견제 기능을 명확히 작동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진양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