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 취소' 놓고 제약사 대 식약처 '신경전'

GMP 적합 취소, 가처분으로 효력 중단 '실효성' 의문
'GMP 선진화' 글로벌 추세…규제와 조율 '과도기' 시점

입력 : 2024-06-24 오후 4:38:14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합 판정 취소제도가 기업의 존폐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과도해 개선해야 한다는 업계 요구와 규제개선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4일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처음으로 GMP 적합 판정 취소를 받은 한국휴텍스제약에 이어 올해 초에는 한국신텍스제약이 두 번째로 GMP 적합 판정 취소처분을 규제당국으로부터 받았습니다. 2022년 말부터 시행된 GMP 적합 판정 취소제는 일명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일컬어지는데요. 제약사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GMP 적합 판정을 받거나 반복적으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해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을 경우 규제당국이 직접 GMP 적합 판정을 취소하는 강력한 제재죠.
 
식약처가 제약사들의 GMP와 관련한 중대한 위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지만 제약사들은 GMP 관련 규제가 과도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GMP 적합 판정 취소처분이 확정될 경우, 해당 제약사는 GMP 위반이 적발된 품목 외 GMP 적합 판정 취소를 받은 품목과 제형이나 제조 방법이 동일한 다른 품목까지 제조를 중단해야 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제조공장 가동 중단으로 기업의 경영난뿐만 아니라 의약품 수급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죠.
 
한국휴텍스제약은 식약처 현장점검에서 레큐틴정 등 6개 제품을 허가사항과 다르게 첨가제를 임의로 증·감량해 제조하면서 제조기록서에는 허가사항과 같게 제조한 것처럼 거짓 작성한 사실이 적발돼 GMP 적합 판정 취소처분을 받은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한국휴텍스제약은 GMP 위반이 적발된 지난해부터 실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휴텍스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52%, 57% 급감했습니다. 한국휴텍스제약의 주요 사업은 다른 제약사들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해 의약품을 생산·공급하는 것인데요.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제약사가 GMP 적합 판정 취소처분을 받으면 의약품을 공급받는 위탁사에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가 GMP 규제를 강화하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위탁사들까지 제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죠.
 
한국신텍스제약도 특별기획 점검에서 온장환, 신텍스연년익수불로단, 신텍스청신환, 위력환, 신텍스청기환, 영수환 등 6개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첨가제 등을 임의로 변경해 제조하거나 제조기록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GMP 적합 판정 취소처분을 받았습니다.
 
한국휴텍스제약과 한국신텍스제약은 식약처의 GMP 적합 판정 취소처분에 대해 즉각 행정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고, 결국 법원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GMP 적합 판정 취소처분의 효력은 본안소송 선고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규제당국-업계 입장차 조율하는 과도기
 
식약처의 징벌적 GMP 적합 판정 취소처분이 제약사의 중대한 법 위반에 대해 즉각적으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제도의 집행력과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휴텍스제약이 제기한 GMP 적합 판정 취소처분 집행정지 청구를 1심에서는 기각했지만 2심과 상고심에서 집행정지를 인용하는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한시적으로 GMP 적합 판정 취소 처분은 본안소송 선고일부터 30일까지 연기됐습니다.
 
한국신텍스제약도 식약처의 GMP 적합 판정 취소 처분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3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GMP 적합 판정 취소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죠.
 
GMP 규제가 시행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규제당국과 업계가 서로의 입장 차를 조율해가는 과도기라는 진단도 나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제약업계에서는 GMP 적합 취소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추세에 맞는 GMP 선진화, 의약품 품질과 안전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인 점은 분명하다"며 "제약회사는 규제기관의 과도한 행정력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본연의 책무와 의무에 맞게 GMP 시설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혜현 기자
SNS 계정 : 메일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