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법정시한 넘기나…최저임금 차등적용 ‘공방’

근로자 “도급제 확대” 이어 사용자 “업종별 차등” 쟁점

입력 : 2024-06-21 오후 3:56:38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놓고 노사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의 법정시한인 27일까지는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인상률 논의는 시작조차 못했습니다. 올해도 법정시한을 넘겨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도급제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에 이어 이번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쟁점입니다. 노동계 반발은 거셉니다.
 
최임위는 오는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5차 전원회의를 개최합니다. 사용자 측에서 주장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당사자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업종별 구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사는 그동안 도급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왔습니다. 근로자 측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인 도급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최임위는 지난 전원회의에서 “도급제 등의 경우에 대한 최저임금액 결정 특례를 두고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별도로 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결정했습니다. 노동시간이 아닌 실적에 따라 임금을 받는 도급 노동자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5차 전원회의에선 반대로 업종별 차등 적용이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지불능력이 취약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임금 수준과 일부 업종의 높은 미만율(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 부진한 경영실적 등 지표상 구분 적용 필요성이 커졌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경영계도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을 들어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및 소득 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노동계 “업종별 차등, 노동시장 임금격차 심화”
 
최저임금법이 업종별 구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긴 하지만,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지난 1988년 한시 적용 이후 현재까지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정해진 적은 없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일 발표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현재 논의되는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며 “구체적인 과학적 통계와 법률상 명시적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해외사례를 참고해 일반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노동시장 양극화와 임금 격차를 심화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위원인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최임위가 심의자료로 제공한 최저임금 미만율 자료에 따르면 전체 미만율은 4.2%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비율을 자세히 보면 여성이 5.3%, 19세 이하가 21.1%, 24세 이하가 9.9%로 주로 노동 취약층이 높다”며 “최저임금제의 취지가 노동시장에서 이런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민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지금도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고강도 노동, 고용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돌봄노동을 시작으로 숙박과 음식점 등 차별 업종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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