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국내 엔터업계를 대하는 차이나머니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최근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패션 플랫폼 티몰이 국내 연예기획사와 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큐브엔터(182360)와 한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이후 진척이 더딘 상황입니다. 국내 제작·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노하우 흡수를 위해 투자에 적극적이던 한한령 이전과는 확실히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 그룹은 최근 패션 브랜드 사업 강화를 위해서 국내 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를 접촉했습니다. 다만, 큐브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한차례 만남이 있었으나 패션 사업 분야 협업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하지는 않은 단계입니다. 다른 대형 기획사들과의 만남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JYP Ent.(035900)의 경우 아직 티몰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사옥.(사진=뉴스토마토)
과거 한한령 이전 차이나머니는 국내 드라마·영화 제작사, 기획사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2015년 무렵부터 콘텐츠 제작 노하우가 필요한 중국, 그리고 포화상태인 국내를 벗어나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던 한국 엔터업계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입니다. 차이나머니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당시 국내 기획사, 제작사도 수혜를 입고 덩치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2017년 한한령을 기점으로 국내 제작사, 기획사에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노하우를 습득한 중국은 자국내 문화 콘텐츠 제작 환경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했는데요.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를 중심으로 규모를 빠르게 키워갔습니다.
실제로 가시적 성과도 거뒀는데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해외콘텐츠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콘텐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4725억800만달러(약 656조7861억원)에 달합니다. 다만 최근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2022년 중국 방송 콘텐츠 시장은 전년 대비 1.8% 소폭 성장했으나 중국 영화 산업은 -29.0%,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46.7%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있다 보니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제작되는 드라마·영화의 중국내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차이나머니.(사진=뉴시스)
학계는 중국의 내수시장 침체 여파로 차이나머니의 투자 성격이 달라졌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 악화로 인해 자본 논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티몰은 중국 내수 중심의 역직구 플랫폼으로, 해외 판매자들이 티몰을 통해 중국에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티몰에는 고급 패션 브랜드가 200여 개 이상 입점해 있는데요.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내수 침체로 인해 최근 다수의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티몰 플래그십 매장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과거 해외 브랜드가 중국 진출을 위해 먼저 고려했던 부분이 티몰 입점이었다면 최근 그 분위기가 바뀌게 된 것인데요. 뒤늦게 티몰에 입점하려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유념해야 할 대목입니다.
업계는 중국 차이나머니가 티몰이 국내 기획사와 접촉해 패션 브랜드 사업 강화 협업 추진과 같이 개별 단위로 자본의 논리에 따라서 수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으로 상당기간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티몰이 국내 기획사와 협업을 추진하는 것도 현재 티몰의 상황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획사 입장에서는 중국 내수시장의 유통망 확보라는 이점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기홍 한성대 교수는 "한국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돈이 되는지를 판단한 자본 논리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과거 콘텐츠 산업을 빨리 융성 시킨다는 큰 그림 속에 통합적인 투자가 중요했지만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인해 수익 자체가 중요해졌다"고 밝혔습니다.
타오바오 홈페이지(사진=타오바오 사이트 캡처)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