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다음달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미루자는 정부, 여당 제안에 동의했습니다.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인데요. 하지만 유예는 미봉책일 뿐입니다. 유예 기간 동안 해외 거래소 과세 포착을 비롯해 스테이킹·에어드랍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과세안 등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안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세법개정안에 처음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2021년, 윤석열정부 첫해인 2022년 두 차례 시행을 미뤘습니다. 그러다 이번에도 재차 가상자산 과세를 미룬 겁니다.
박찬대(왼쪽 두 번째) 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단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2027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야당 결정에 반색했습니다. 앞서 KDA는 지난 11월25일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할 경우 외국 거래소 이용자들에 대한 과세 불가로 불공평 과세가 우려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만 KDA는 과거처럼 무작정 시행 시기만 늦춰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유예기간 2년 동안 2단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중 투자자 보호 관련 법을 먼저 입법해 시행해야 한다는 건데요.
강성후 KDA 회장은 "투자자 보호 중심 입법을 할 내용들은 논의와 자료가 충분히 축적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소득세법과 관련된 과세 기준을 더 정교하게 추가 입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제도 정비에 대한 박 원내대표 발언을 언급하며 투자자 보호 중심 선 1.5단계법 입법, 시장육성·산업진흥 방안 후 입법도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스테이킹, 에어드롭, 채굴 등 다양한 취득 방식에 대한 세부적 과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건데요. 현재로서는 가상자산을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얻은 소득 중 어디까지 정산할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아 납세자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복 과세에 대한 위험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현재 가상자산 과세 방안 하에서는 국내 중앙집중형 거래소 거래량만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됩니다.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를 할 경우 정보 포착이 불가능한 것인데요. 해외 거래소뿐 아니라 탈중앙화 분산 거래소, 개인 지갑을 통한 코인 간 거래도 추적이 어렵습니다.
더불어 가상자산에 대한 자산 분류가 기타 소득이라는 점도 유예 기간 중에 들여봐야 할 부분입니다. 가상자산이 기타 소득으로 분류되면 건강보험료와 같은 준조세 부담이 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세 정책 설계시 장기적 영향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사실 이같은 현실적 상황 때문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현재로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나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롯한 세계 48개국이 참여한 암호화 자산 자동 정보교환 체계(CARF)가 2027년 시행될 예정이고, 기획재정부도 지난달 27일 CARF 참여에 공식 서명했는데요. 가상자산업계는 CARF 시행시 해외 거래소 거래 정보 포착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향후 과세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은 업계 내부에서도 감지됩니다. 강 회장은 "충분히 외국 사례를 들여다 보며 사례 축척을 통해 2년 동안 과세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며 "아직 국내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세무회계 쪽이 부족해서 KDA에서도 해당 분야에 대해 세미나 등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6개월여 만에 1억 원대를 재돌파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