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간 재산범죄…‘범죄 수준’ 처벌 필요성 인정

박수홍·박세리 울린 '친족상도례'…헌재 "헌법 불합치"
친족간 '재산범죄'도 형사처벌 가능…국회 개정안 주목

입력 : 2024-07-01 오후 1:56:13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친족 간 재산범죄는 그 형을 면제하도록 한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불합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친족상도례'는 친족 간에 범한 재산죄에 관해서는 친족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로 하는 특례 규정을 말하는데요.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대상 조항(형법 제328조 제1항)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재산범죄에 준용되고 있어 적용 범위가 넓습니다. 그럼에도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재산범죄는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했던 것입니다.
 
형면제 판결은 행위가 범죄로 성립하지만 형벌은 과하지 않는 유죄판결의 일종인데요.(형사소송법 제322조) 실무적으로 검찰은 법률에 따라 형이 면제되는 경우에는 불기소(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범죄는 대부분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4호 사목)
 
2023년 6월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착석해 있다.(사진=뉴시스)
 
친족상도례 규정은 가정 내 문제에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헌재도 가족 관계에 관한 우리나라의 역사적·문화적 특징이나 재산범죄의 특성 및 형벌의 보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거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인 가능한 수준의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상 특례의 필요성은 수긍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넓은 범위의 친족 간 관계의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움에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한다면, 형사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 본래의 제도적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외에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재산범죄의 불법성이 일반적으로 경미해 피해자가 수인 가능한 범주에 속하거나, 피해 회복 및 친족 간 관계의 복원이 용이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독립해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경우 친족상도례를 적용하는 것은 가족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점에 대한 고려 없이 법관에게 형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해 대부분 기소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기소되더라도 형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재판에서는 형사 피해자의 적절한 형벌권 행사 요구가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헌재는 대상 조항이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헌법 제27조 제5항)을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적용을 중지했습니다.
 
헌법불합치결정은 대상 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방법에 여러 가지 선택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입법자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그 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입법형성권을 존중하는 결정인데요. 헌재는 대상 조항이 규정하는 친족 이외의 친족에 대해서는 친고죄로 규정한 형법 제328조 제2항은 합헌으로 결정했습니다.
 
국회는 이러한 헌재의 각 결정 취지를 고려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친족상도례 규정을 손보게 될 텐데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국가형벌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친고죄로 규정하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방법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인적 범위를 줄이는 방법 △범죄에 따라 세부적 적용 기준을 정하는 방법 △친족상도례를 폐지하는 방법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올 수 있어 어떤 방향으로 친족상도례 규정을 손볼지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 연예인 박수홍씨나 골프선수 박세리씨 사건에서도 친족상도례에 따라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가족의 재산 문제에 국가형벌권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지 사회적으로 넓고 깊은 논의를 통해 신중한 개정이 필요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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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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