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올해 사법부 양대 최고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큰 변화가 예고됩니다. 기관마다 법관의 절반에 가까운 퇴임자가 발생합니다.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되는 후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다보니 사법부가 보수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법원, 대법관 14명 중 6명 퇴임
대법원은 14명의 대법관중 6명이 올해 퇴임합니다. 지난 1일자로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이 퇴임했습니다. 올 8월에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의 임기가, 12월에는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임기가 종료됩니다.
헌법 104조 2항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올해 퇴임하는 6명의 대법관이 교체되면 조희대 대법원장을 제외한 13명 중 9명이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로 채워집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보수화도 예상됩니다. 전임인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사법부 구성이 다양화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을 탈피해 여성 대법관이 최대 4명이었고, 비서울대 출신도 다수였습니다.
한때 진보 성향의 대법관이 8명, 중도·보수 성향이 6명의 ‘진보 우위’ 구도가 형성되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위법’, ‘긴급조치 9호 피해자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 첫 인정’ 등 진보적 색채가 반영된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도·보수 우위’ 구도로 변경됐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제외하고 3명의 대법관이 임명됐는데 모두 중도·보수 성향의 대법관입니다. 현재 남은 대법관 중 진보 성향 대법관은 5명입니다. 이 중 3명이 올해 퇴임자라 앞으로 무게추는 중도·보수로 더욱 기울 전망입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헌재, 재판관 9명 중 4명 퇴임
헌법재판소도 올해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절반 수준인 4명이 퇴임합니다. 9월에 이은애 재판관, 10월에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됩니다. 헌재 역시 문재인정부 시절 ‘진보 5대 중도·보수 4’ 구도에서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현재 ‘중도·보수 6대 진보 3’의 구도가 됐습니다.
올해 퇴임하는 재판관 4명의 정치 성향은 보수 2명, 중도 1명, 진보 1명으로 분류됩니다. 4명 중 이은애 재판관의 후임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의 재판관 후임은 국회가 추천합니다. 관행에 따라 여야가 나눠 추천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진보·보수 성향의 재판관을, 조 대법원장이 중도 성향의 재판관을 지명한다면 현재와 비슷한 정치 성향의 재판관 구성이 유지되리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보수 성향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헌법정신에 따라 행정부 등 국가권력의 남용과 횡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가 전체의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판결과 결정을 내리기 위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구성에서 중요한 것은 적어도 심리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이 전개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양성과 인적 균형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023년 12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위헌제청 및 권한쟁의, 헌법소원 등 12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해 자리에 착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