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반독점 규제 고삐를 매기 시작하면서, 기술경쟁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쏠립니다.
1일 A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한 컨퍼런스에서 “구글이 삼성 특정 기기에 소형 AI 모델인 제미나이 나노를 사전 설치하기로 한 계약의 영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정보 요청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구글이 삼성전자 AI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한 자사 생성형 AI 제미나이 나노로 인해 타 AI 개발사 접근이 제한되는지를 알아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올해 1월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에는 삼성전자의 자체 AI 기능과 구글의 제미나이가 혼합 적용됐습니다. 다만 실제로 적극적 규제에 나설지는 미지수입니다. 양사의 협업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겠다고 시사했지만, 구글의 기능을 제한하면 대척점에 있는 애플의 AI 생태계가 확장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31일 서울 마포구 삼성스토어 홍대를 찾은 시민이 갤럭시 S24 시리즈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U 경쟁당국은 글로벌 AI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오픈AI와 여기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 간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지난 3월부터 EU에서 시행된 디지털시장법(DMA)은 애플,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게이트키퍼'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반드시 허용해야 합니다. 가령 애플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에서만 쓸 수 있는 기능들을 안드로이 기기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끔 해야합니다.
EU 경쟁당국의 관심은 결국 시장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AI 시장에서 몇몇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다 보니 이들의 독점적 지위 남용 여부를 들여다 보는 것 같다"며 "기술 혁신을 막으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구글 코리아 본사.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