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운전면허 제한 논란…'차별 대 구별' 쟁점은?

서울 시청역 교차로 차량돌진 사고로 고령자 운전면허 제한 논란 재점화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 면허 제한은 노인차별·이동권 침해 논란 불가피
음주운전·약물중독 등 '위험 운전자' 식별하고 면허 갱신기준 강화 필요

입력 : 2024-07-04 오후 3:40:1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1일 밤 9시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에서 한 남성이 몰던 차량이 도로를 역주행하고 인도로 돌진,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큰 인명피해가 있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후 가해 차량을 운전한 남성의 나이가 68세로 밝혀지면서 또 하나의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고령자의 운전면허를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2024년 7월1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 9명이 죽고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고인들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 추모 용품들이 놓여졌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코앞입니다. 고령 운전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고령일수록 운동신경과 반사신경, 인지감각 등이 퇴화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역대 최다였습니다.
 
이에 고령 운전사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고령 운전자에겐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등의 정책이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은 노인 차별, 이동권 침해라는 여론의 비판으로 백지화됐습니다.
 
2018년부터는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일정한 혜택을 제공하는 면허 자진 반납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지방자치단체별로 10만~30만원 상당의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제공하는 겁니다. 하지만 자발적 반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반납률이 여전히 저조한 편입니다.
 
운전면허는 강학상 허가에 속하는 행정행위입니다. 허가란 질서유지를 위해 일정한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개인이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면 금지를 해제해 주는 겁니다. 허가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위를 공익적 목적에서 예방적으로 금지한 것이므로,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금지를 해제해 줘야 하는 겁니다. 따라서 현행법상 나이만을 기준으로 운전면허를 전면적으로 발급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행정청은 운전면허 발급과 같은 처분에 재량이 없더라도 법률에 근거가 있으면 부관을 붙일 수 있는데요(행정기본법 제17조 제2항). 시·도 경찰청장은 운전면허를 받을 사람의 신체 상태 또는 운전 능력에 따라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의거해 운전면허에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습니다(도로교통법 제80조 제3항). 지금은 고령 운전자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 고령 운전자에 대한 조건부 면허 발급도 가능한 겁니다. 
 
법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제한은 적용 기준 및 범위를 설정하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도로교통법은 65세 이상인 사람은 5년, 75세 이상인 사람은 3년마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면서 적성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65세를 고령의 기준으로 하기에는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2024년 7월3일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 관한 브리핑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5세 이상에도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요. 특히 운전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의 경우 운전면허 제한은 직접적으로 생계를 위협하는 셈이 됩니다. 택시·버스 기사, 화물차 운전사 중 상당수가 60대 이상으로, 국가경제와 가정경제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65세 이상이라고 해도 개인마다 운동신경과 인지감각에서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률적으로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제한하는 건 곤란한 측면도 있습니다.
 
농·어촌과 같이 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지역도 문제입니다. 대중교통은 잘 닿지 않는 데다 생활기반 시설까지 주거지역과 먼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자가용이 생활 필수품인데요. 고령자 운전자의 면허를 제한한다면 이들의 이동권은 크게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면허를 제한하기 전에 이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대책이 별도로 마련돼야 합니다.
 
65세나 75세를 기준으로 그 이상의 나이인 고령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안전 관련 의무는 5년 내지 3년마다 치러지는 적성검사와 안전교육뿐입니다. 적성검사도 실제 운전능력을 측정하지는 않는데요. 한번 운전면허를 취득했더라도 운전면허증 갱신 기간이 길어서 충분히 사정변경이 생길 수 있습니다. 돌발상황 대처 능력이나 인지·판단 능력 등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검사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검사의 대상도 나이로만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알코올 중독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없는 위험 운전자를 대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노인 비율이 높은 지역부터 표지판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도 선행돼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인지능력과 반응속도가 퇴화합니다. 고령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운전면허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자칫 불필요한 노인 혐오와 세대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반적인 교통안전을 높이는 측면에서 나이뿐만 아니라 음주나 약물 중독 등 위험 운전자를 식별하고, 조사를 통해 운전면허 갱신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합니다. 이런 세부적 분류를 바탕으로 야간 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이 이뤄진다면 합리적인 제한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이동권 역시 헌법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의 한 가지이므로 함부로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교통안전은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이뿐만 아니라 교통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최대한 고려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하는 정책이 시행돼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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