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잇따라 희망퇴직 카드를 내놓으며 조직 슬림화에 나선 모습입니다. 이들 업체는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힘겹게 온라인 쇼핑 수요층을 확보해나가는 실정이었는데요. 여기에 최근 1년간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가 압도적인 염가 제품들을 토대로 국내 온라인 시장을 초토화한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인 SSG닷컴은 법인 설립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로 했습니다. 희망퇴직 대상은 2022년 7월 1일 이전에 입사한 근속 2년 이상 본사 직원이며, 접수는 이달 5일부터 오는 19일까지입니다.
대상자는 근속 연수에 따라 월 급여의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4개월 치 상당의 특별퇴직금을 받습니다. 아울러 미취학 및 초·중·고·대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위한 특별 지원금이 지급되고, 본인이 희망할 경우 재취업 지원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SSG닷컴 관계자는 "이커머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효율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직원 개개인에게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넓히고자 이번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며 "희망퇴직을 지원한 직원에게는 합당한 보상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최선의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희망퇴직은 지난달 19일 최훈학 신임 대표가 부임한 이래 보름여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실제로 SSG닷컴은 최근 5년간 45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입은 바 있는데요. 성장보다는 수익성 강화 및 비용 절감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고강도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다른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지난달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롯데ON) 역시 처음으로 근속 3년 이상 직원 대상의 희망퇴직을 단행했습니다. 이는 출범 이래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할 만큼 실적 악화가 지속된 점이 컸습니다.
아울러 재무적 투자자(FI) 주도로 매각이 추진되는 상황에 놓인 11번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내부 인력 전환 배치를 통한 인력 효율화 작업도 실시한 바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들의 긴축 경영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물가,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경향이 강해진 데다, 이커머스 시장 자체도 극소수의 강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업체들이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워진 까닭입니다.
게다가 알리, 테무, 쉬인 등 저가 마케팅을 내세운 C커머스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점은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 치명타가 됐습니다. 이미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 낮은 가격대의 공산품을 선호하는 수요층을 고스란히 C커머스에 빼앗기면서, 이렇다 할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마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에 맞대응하기엔 다소 무리라는 판단을 어느 정도 내린 것 같다"며 "업계 전반에 걸쳐 성장보다는 생존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동남권물류센터에서 한 택배 기사가 택배 상자들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