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에 원아시아·SM시세조종 잡음

검찰, SM 사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소환조사
공판에선 김범수-최윤범 만남 진술도
사법리스크 커지면…영풍에 고려아연 이사진 교체 명분

입력 : 2024-07-09 오후 12:27:40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와중에 최윤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SM 시세조종 사건 관련 기소된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출자자(LP)인 고려아연과 연결됩니다. 고려아연 측은 블라인드펀드라서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공판에서 최 회장이 관여했을 정황이 언급된 진술이 나왔습니다.
 
이미 시민단체가 관련 혐의로 최 회장을 고발했습니다. 검찰 수사가 최 회장까지 확대될 경우 영풍 측은 고려아연 이사진 교체 명분을 얻게 됩니다. 올해 주총 모의전에선 3자 유증이 가능한 정관 변경 안건이 올랐으나 영풍 측이 부결시킴으로써 승기를 잡은 상태입니다.
 
 
검찰은 9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소환해 사건 가담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 등을 기소한 데 이어 윗선까지 수사가 번진 양상입니다. 지난 5일 공판에선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난해 2월10일 당시 배 대표가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에게 SM엔터 주식 1000억원 어치를 사달라고 요청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원아시아는 자사 펀드 하바나1호 등을 통해 SM엔터 주식을 지난해 2월16~17일 사들였습니다. 이로 인해 지 회장 역시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운용 자산이 약 5600억원으로 사모펀드 다수 최대주주가 고려아연입니다. 그 중 SM엔터 주식을 사들인 하바나1호의 경우 고려아연 지분이 99.8%였습니다. 
 
재계는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대주주가 된 데는 지 회장과 최 회장의 친분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특히 지난 4월22일에는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가 최 회장을 사건 관여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투자 결정자로 지목한 것입니다.
 
이 가운데 이 부문장이 공판에서 최 회장을 언급한 부분도 주목됩니다. 이 부문장은 “최 회장이 김 의장을 만나 배 대표의 성과를 칭찬한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최 회장이 김 의장에게 건넨 말은 '덕담' 차원"이라며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한 LP는 펀드 투자에 대해 관여할 수 없고 관련 법과 회사 내부 시스템에 따라 투자를 결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에 출자한 최초 시점은 2019년으로, 당시 코리아그로쓰 1호에 30억여원을 최초 출자했다면서 "당시 최 회장은 회장이 아닌 사장이었다. 또한 이 당시에도 특정인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내부 투자 결정 시스템에 따라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잡고 있는 최 회장 일가는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와의 경영권 분쟁 와중에 경영 성과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아시아 펀드 투자 등 무리한 사업확장의 실패도 부각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SM시세조종에 연루된 하바나1호는 결국 청산돼 SM 주식 현물 2%만 회수하는 촌극이 벌어졌다”고 꼬집었습니다.
 
경영권 분쟁은 시간다툼으로 관측됩니다. 최 회장에겐 상속세를 벌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려아연 법인 최대주주(25.2%)인 영풍과 비교해 최씨 일가는 개인 지분이 15.9%나 돼 상속세 이슈에 묶여 있습니다. 현대차와 LG, 한화 등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33%로, 장씨 일가 등 우호지분 32%를 소폭 앞서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더 이상 우호지분을 늘릴 수단은 막혔습니다.
 
앞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는 3자 배정 신주 발행을 '외국의 합작법인'에 한해 허용한 회사 정관을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확장하도록 변경 시도했으나 영풍 측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정관 변경은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로, 앞으로도 가결은 힘들어 보입니다. 더욱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선 자사주 등을 활용한 3자 신주 배정도 상법상 제동이 걸립니다.
 
다만, 최근 당정의 상속세 개편 논의는 변수입니다. 폐지 또는 인하될 경우 최씨 일가에겐 경영권 방어가 수월해집니다. 그럼에도 최 회장에게 사법 이슈가 드리우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등 외부주주를 설득해 영풍 측이 이사회 교체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시민단체 고발 내용에 대해 해당 단체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며 "왜곡된 내용을 바탕으로 불미스러운 시점에 최 회장을 고발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표명했습니다. 또 정관 변경안 부결에 대해서 주주 찬성률 53.02%로 과반을 넘겨 영풍 측 의결권 비율 37% 내외를 고려하면 일반주주 대부분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고 반박했습니다. 펀드 투자 실패 내용에 관해선 "여유 현금을 활용한 투자는 보유 현금이 풍부한 모든 회사의 자연스러운 행위"라며 "원금 일부가 손실이 나고 논란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리한 사업 확장이란 평가는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영풍 측은 고려아연에 대한 현대차의 3자 배정 유증 관련해서도 무효 소송을 걸었습니다. 영풍 측은 그간 자사주 스왑 등이 최씨 일가의 우호지분 확보 작업이라고 봅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사업 확장의 일환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 자사주 스왑으로 확보한 한화 내 고려아연 지분 7.25%는 지난 5월 모멘텀 물적분할 주총에서 찬성표를 행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계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최 회장은 인맥이 막강한 미국 세인트폴 고교 동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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