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엎친데 덮친 CSO체제)①경동제약, 비용 효율화 실패…여전한 '적자 수렁'

인건비 절약 위해 CSO 도입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 지속
유사 기업들도 수익성 악화…신고제로 외형성장 제약 요인 발생

입력 : 2024-07-11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8일 18:0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다수의 제약사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의약품 판매대행(CSO) 체제를 도입했다. 이에 비용효율화에 성공하면서 흑자 전환을 이룬 곳도 있지만, 수수료비용 등으로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존재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CSO 신고제 도입이 추진되면서 매출 확장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IB토마토>는 CSO 체제를 도입했음에도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한 중소제약사들의 생존전략을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경동제약(011040)이 지난해 임직원 감축과 함께 의약품 판매대행(CSO) 체제를 도입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악화됐다. 이후 자리를 잡아가면서 올해 실적이 소폭 개선되는 듯했으나, 여전히 적자 수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향후 CSO 신고제 추진으로 관련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경동제약이 향후 경영정상화를 이루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경동제약)
 
직원 줄여 CSO 전환했지만…여전한 '적자'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동제약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7억6782만원으로 나타났다. 직전연도 동기(41억원)보다 개선됐으나, 지난해(250억원)부터 이어진 적자에서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이는 경동제약이 CSO 체제를 도입하면서 외성장을 이뤘지만, 지급수수료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통상 기업이 영업직원을 통해 의약품 판매를 하면 판매량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게 한다. 만약 매출이 저조할 경우 고정비인 급여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CSO 체제를 도입하면 판매한 만큼의 수수료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외형성장과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경동제약은 올해 1분기 45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직전연도 동기(375억원)보다 20.27% 증가한 수치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초부터 영업직 인력을 축소하며 CSO를 통한 판매 활동을 시작했다. 실제 직원의 수는 지난 2022년 588명이었으나, 지난해(405명)를 거쳐 올해 1분기말에는 388명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CSO 체제가 오히려 독이 됐다. 경동제약은 지난 2021년(158억원)과 2022년(83억원)에는 영업이익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CSO 도입에 따른 지급수수료 비용이 늘었고, 현재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경동제약은 올해 1분기까지 지급수수료로 195억원을 사용했다. 직전연도 같은 기간(146억원)보다 지급수수료 규모가 커졌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42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647억원까지 급증했다. 
 
경동제약은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CSO 체제에 돌입했지만, 줄어든 인건비보다 지급수수료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제약의 지급수수료는 지난해 1분기 146억원에서 올해 1분기 195억원으로 49억원 만큼 늘었다. 같은 기간 종업원급여는 70억원에서 62억원으로 8억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앞서 CSO체제를 도입하기 시작한 지난해와 직전연도를 비교해 봐도 지급수수료는 42억원에서 647억원으로 605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종업원급여는 460억원에서 276억원으로 184억원 감소했다. 줄어든 인건비보다 늘어난 수수료가 더 많아진 셈이다.
 
 
유사 제약사들 수익성 감소하는데…CSO 신고제 '복병'
 
일반적으로 CSO 체제가 자리를 잡아 수익성이 개선되면 경영정상화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앞서 CSO 체제에 돌입했던 제약사들이 효과를 오래 보지 못하고 다시 영업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 제약업계에서 CSO 리베이트 수사가 이어진 가운데, 'CSO 신고제' 도입이 거론되면서 외형성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명문제약(017180)은 지난 2019년 143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바로 다음해인 2020년 CSO 체제를 도입했다. 이에 외형성장과 비용 절감에 성공해 지난 2022년(64억원)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9억6377억원) 수익성이 감소했다. 이어 올해 1분기(9억4128억원)에는 적자로 전환했다.
 
또한, 지난 2014년부터 CSO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한 알리코제약(260660)도 최근 외형성장에도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다. 알리코제약의 지난 2022년 영업이익률은 5.88%였으나, 지난해 1.64%까지 감소했다. 여기에 올해 1분기에는 15억원 영업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외형성장과 함께 수익성 개선도 이뤄야 하는 상황에서 'CSO 신고제'라는 복병이 생겼다. CSO 신고제는 업체가 지자체에 사업 여부를 신고하도록 하며, 등록되지 않은 CSO와의 거래를 근절시켜 불법 리베이트를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을 갖는다. 최근 정부에서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집중 단속을 단행하면서, 올해 7월까지 제출해야 하는 지출보고서 실태조사 대상에 CSO가 추가됐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른 제약사들의 판매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시선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CSO 신고제 등으로 제약이 생기면 등록을 안 할 수 있던 곳들의 CSO 영업이 위축된다"라며 "이로 인해 CSO 의존도가 높은 회사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제조원가 개선과 판매비와 관리비를 효율화하고, 동시에 품목별로 수수료 적정화를 추진하는 등 작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튼튼하게 체제 변화를 해나갈 계획"이라며 "시행 예정인 CSO 신고제에 맞게 업무체계를 정비하고 있으며, 계획대로 준비한다면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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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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