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4일 11:4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은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신약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며, 기술이전(L/O)을 핵심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L/O 성과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활발한 연구개발(R&D) 활동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L/O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들도 존재한다. <IB토마토>는 이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L/O 전략과 매출 확보 계획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박셀바이오(323990)가 본업 강화에 나설 차례에 왔다. 지난해 신사업 진출을 통해 가장 큰 고심이던 '매출액 30억원 이상' 요건에서 한숨 돌렸지만, 본업인 L/O를 통한 매출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회사는 VCB-1201(항암제) 등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성과 달성에 집중하며, 최근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목적으로 합병을 결정한 에이엘바이오텍과도 시너지를 낼 방침이다.
(사진=박셀바이오 홈페이지 갈무리.)
관리종목 지정 요건 한숨 돌렸지만…L/O 매출은 없어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셀바이오가 지난해 19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연도(1372만원)보다 대폭 개선됐으며, 상장 이래 처음으로 10억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인수한 에스에이치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매출은 아니지만, 상장 6년 차에 접어든 박셀바이오에게는 의미가 크다.
박셀바이오는 지난 2020년 9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관리종목 요건에 대해 5년까지 유예기간을 부여 받았지만,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모두 종료됐다. 올해부터는 반드시 '매출액 30억원 이상'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에스에이치팜이 향후에도 매출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하반기 의약품 및 건강식품 등 도매업을 영위하는 에스에이치팜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23년 매출 32억원을 달성한 바 있어 박셀바이오의 연결 실적 개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 진출로 상장 유지에 대한 우려는 덜었지만, 본업인 L/O를 통한 매출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박셀바이오는 현재 항암제 Vax-NK의 △진행성 간세포암 △진행성 췌장암 △소세포폐암 등 3개 적응증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Vax-CAR(고형암 등)와 △박스루킨-15(개의 악성종양)도 있다.
이를 기반으로 R&D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3분기까지 경상연구개발비로 50억원을 쏟았다. 이는 직전연도 동기(35억원)보다 확대됐으며, 상장해인 2020년(13억원)부터 꾸준히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이에 동물용 항암제에서는 성과를 얻었다.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8월 박스루킨-15의 유선종양 적응증에 대한 품목허가 승인을 얻었다. 이후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매출을 가시화하기 위해 유한양행과 국내 판매 및 유통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인체용 신약개발에서는 희비가 교차했다. 박셀바이오는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에 진행성 췌장암 환자에서 자연살해세포와 mFOLFIRINOX 병합치료의 임상 2a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신청했다. 이후 지난해 4월 시험약의 작용기전 및 췌장암의 특성을 반영한 효력 시험과 용법용량에 대한 효과성의 검증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긍정적인 소식도 있었다. 지난 5월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에서 자연살해세포와 간동맥주입화학요법 병합치료의 임상 2a상에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적합' 통지를 받았다. 이에 현재 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첨단 재생의료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매출로의 연결고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췌장암 대상 첨단 재생의료 임상 연구 승인으로, 2월 중 첨단재생의료법이 시행되면 Vax-NK 세포 치료제 개발과 사업화 진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VCB-1201 등 연구개발 속도…에이엘바이오텍 시너지도 '기대'
박셀바이오는 이외에도 주력 파이프라인 VCB-1201 등을 필두로 L/O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비임상 단계에 있는 VCB-1201은 Anti-BCMA CAR-MILs 치료제로, 임상 진입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국가 신약개발로 선정된 고형암 대상 PD-L1/EphA2 다중표적 CAR-T 치료제인 VCB-1204에도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대한 전망도 제시했다. 고형암 대상 저부자화합물 표적항암제 VCB-1301과 자기면역질환 대상 CAR-NK치료제인 VCB-1206의 연구개발에 본격 착수하며,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는 성과도 올리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 에이엘바이오텍의 흡수합병도 결정했다. 에이엘바이오텍은 신약과 제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에 합병을 통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와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흡수합병을 계획했다. 다음달 24일 합병을 완료한다.
에이엘바이오텍은 지난 2023년 기준 자본총계 -4억2021만원인 자본잠식 기업이다. 그럼에도 박셀바이오가 에이엘바이오텍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회사의 L/O 경험이다. 에이엘바이오텍은 지난 2023년 5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L/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상대방은 아주약품으로, 보노프라잔 제네릭 의약품과 보노프라잔 NSAID 신규 복합제에 대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 파이프라인에 대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에이엘바이오텍과 올해 상반기 중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라인에 신규 파이프라인을 추가할 계획이다. 신규 파이프라인 후보군에는 이중항체,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행히 R&D 투자를 뒷받침할 여력은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박셀바이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97억원 수준이다. 매년 50억원 수준에 그쳤던 R&D 비용을 감당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다국적 제약사나 해외 바이오업체에 L/O를 하기 위한 파트너링 미팅 등을 다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라며 "(에이엘바이오텍과 관련) 면역항암제 기술과 에이엘바이오텍의 이중항체 및 약물전달 기술 등을 융합해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하고 스펙트럼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