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의 연임 선언…'이재명 일극체제'

중도층 이탈에도…"잘하면 된다"

입력 : 2024-07-10 오후 6:04:44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사실상 '연임 선언'이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이번 연임으로 당권·대권 분리를 원칙으로 견지해온 민주당에서 유례없는 장악력을 갖게 됐습니다. 민주당에서 과거 총재직을 포함해 대표직을 연임하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처음인데요. 이 전 대표는 의회에 지방 권력까지 독점한 뒤, 곧장 대선으로 직행하는 수순입니다. '민주 없는 민주당'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일극체제'가 완성됐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질의 응답 중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선출마 방불…"먹고사는 먹사니즘 해결"
 
이재명 전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충분한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국가와 정치의 책무"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며 "먹사니즘의 핵심은 '지속 성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기본사회'에 대한 구상을 재차 밝히고, 미래 사회를 선도할 기초과학과 미래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특히 인공지능(AI)과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를 기반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 단축'과 '저출생 문제'도 아젠다로 던졌습니다. 저출생 문제는 "노동시장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주 4.5일제를 시작으로 최소 2035년까지 주 4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이 전 대표는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이면서, 저점 갱신을 계속하는 우리나라는 노동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며 "남녀 모두 동등하게 일하고 함께 양육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육아휴직이 승진과 복직을 차별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그는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으로의 전환도 거듭 역설했습니다. 그는 "더 많은 민주당원이 더 단단하게 뭉쳐 다음 지방선거에서 더 크게 이기고, 그 여세로 다음 대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 비판을 최소화하고, 민생·경제·안보·저출생 문제 등을 총망라한 것을 두고 "대선 출마 선언문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수권능력을 강조해 대권주자 면모를 부각하고, 연임에 대한 비판 여론까지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겁니다

"개인이 아닌 전체를 위한 연임"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을 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연임 도전 계기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개인 삶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당대표를 다시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도 "정치에선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할 수 없다. 지금의 혼란스럽고 엄중한 심각한 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집권 세력이 조금의 상식이라도 갖추고 있어 상식적인 국정을 해 나간다면, 상식적 차원에서 잠시 물러나는 게 맞지만 이 정권의 국정 운영이 정말 위태롭다"고 지적했는데요.
 
최고위원 후보들이 친명(친이재명) 일색으로 채워지는 등 사당화 논란에 대해선 "특정 후보가 지지율이 높은 게 잘못은 아니다"라며 "어떤 사람이 선출됐다는 건 국민과 당원의 뜻이고, 그 선출 결과를 비난한다면 국민·당원을 비난하고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당화 과정 일체 '부정'
 
이는 '비명횡사'(비이재명계 공천탈락) 논란이 불거진 지난 4·10 총선 이후 일련의 사태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발언인데요. '친명(친이재명) 일색'으로 재편된 민주당이 '사당화 논란'을 자초했기 때문입니다. 박찬대 원내대표의 '단독 추대'는 민주당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원내대표 단독 추대'는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쓴 이후 처음입니다. 
 
이어서는 이 대표가 국회의장 경선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쏟아졌죠. 심지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주요 국면마다 이 전 대표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을 견제하는 이른바 ‘수박 색출’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지난 5월 국회의장 선거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 전 대표는 총선 정국에서부터 비명계 의원을 공격하는 강성 팬덤을 통제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입김을 키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강성 당원 목소리가 커질수록 이 전 대표의 당내 기반은 강화됐습니다. 최고위원·당대표 선거에 이어 무당직인 국회의장 경선도 권리당원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됐는데요. 강성당원을 등에 업은 이 전 대표는 최고위원의 '설득'을 구실로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때,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당헌에 예외 조항을 두면서 사문화했습니다.
 
숨죽인 비명계…이탈하는 중도층
 
그러나 '이재명 일극체제' 속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는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실제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0일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과 관련해 "대선 후보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 많은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이라고 했다가 강성지지자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재명 일극체제'를 공개 비판하고 있는 사람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계를 떠난 인사들뿐입니다.
 
'개딸' 프레임은 고스란히 중도층 이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2~4일 실시, 무선전화 가상번호·전화 조사원 면접 방식,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9%(국민의힘 33%)를 기록했는데요. 29%로 집계된 민주당 지지율은 총선 직후인 4월 4주차 지지율과 동일합니다. 
 
민주당은 지난 4·10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22대 국회 초반부터 정부·여당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당 지지율은 되레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했습니다. 비호감이 강화하면서 이 대표가 주장하는 '대중정당'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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