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차기 당권 레이스 돌입…관건은 김두관 득표율

김두관 "당 내 1% 목소리라도 대변"…'이재명 일극체제' 속 존재감 주목

입력 : 2024-07-08 오후 6:20:5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민주당의 8·18 전당대회가 본격 레이스에 돌입합니다.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가운데, 김두관 전 의원도 당대표 도전을 공식화했는데요. 관전 포인트는 '김 전 의원이 얼마만큼의 표를 확보하느냐'입니다. 판 자체를 뒤집지는 못하겠지만, 김 전 의원이 반명(반이재명)·비명(비이재명)·친문(친문재인)계 구심점이 된다면,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김두관 전 의원. (사진=뉴시스)
 
'이재명의 민주당' vs '민주당의 김두관'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9~10일 양일간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등록을 받습니다.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대표 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달 24일 사퇴를 했던 이 전 대표는 이르면 9일 중 출사표를 던질 예정인데요. 그의 연임은 곧 대권 행보로 읽히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강조하며, 민생·경제·외교·안보 이슈 등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를 밝힐 걸로 보입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대안 지도자론'을 띄우고 '방탄용 연임'이라는 여권의 비판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 속에서 김 전 의원이 대항마로 나섰습니다. 김두관 전 의원은 오는 9일 세종특별시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엽니다. 김 전 의원은 꾸준히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해 온 만큼,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와 확실한 대립각을 세울 걸로 예상됩니다. 그가 보여주는 면모에 따라, 침묵 중인 비명계가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그동안 비명계 의원이 당내 문제점을 비판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0일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과 관련해 "대선 후보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 많은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이라고 했다가 강성지지자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재명 일극체제'를 공개 비판하고 있는 사람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계를 떠난 인사들뿐입니다.

김두관 "당내 1% 목소리라도 대변하겠다"
 
사실 김 전 민주당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이길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지난 4·10 총선을 거치면서 현역 의원 대다수가 친명계로 채워진데다, 이른바 '개혁의딸(개딸)'이라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당 내 목소리도 커진 까닭입니다. 최고위원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군이 '친명 호위대' 일색인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77.77%의 득표율로 당권을 쟁취한 이 전 대표가 이번에는 더 높은 지지율로 민주당의 왕좌에 앉을 것이란 전망도 이에 기인합니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재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이 도전해 주는 게 고맙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단일한 지도 체제로 강력히 밀고 나가는 게 낫다고 본다"며 "김 전 의원이 반명·비명·친문의 구심점이 되긴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변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22대 국회 개원 직전 진행된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자 경선에서 강성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추미애 의원이 탈락하고 우원식 의장이 선출된 사례가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전 대표의 연임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원조 친명' 그룹으로 분류되는 김영진·정성호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점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김 전 의원도 이같은 당 안팎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대명 기류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당내 1% 목소리라도 대변하기 위해선 누군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 노무현이 걸어온 민주당의 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위에서도 당대표 도전을 말렸다. 심지어 참모들도 반대했다"며 "이번 선택은 전적으로 나의 결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친명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혹자는 출마 했다가 몇 표 못 받고 망신당할 수도 있다 우려하기도 하지만 누구든 나와서 소신 있게 자기 비전을 말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김 전 의원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관건은 이재명과 '차별화'
 
김두관 전 의원은 오는 2026년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미 당대표 공약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국회의장 경선에서 우원식 의장이 당선됐던 이변이 있었던 만큼, 김 전 의원이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김두관 전 의원의 출마로 민주당 이미지가 완전히 추락하는 사태는 면했다"며 "다양성 측면에서 민주당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김 전 의원의 득표율이 꽤 높아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득표율이 아주 낮은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이재명 독주 체제'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비명·친문계가 모이면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 본인이 대권주자인 만큼, 이재명 전 대표나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향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호소한다면 득표가 적더라도 '이재명의 대안'으로 주목받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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