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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기업지배구조는 기업경쟁력의 원천이자 각국 경제의 장기적 안정 성장의 기본요건으로 인식된다. 국내에서는 2018년 국민연금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해 책임 있는 투자활동을 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행사 지침)을 도입하면서 대두됐다. 하지만 신성통상은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지난해 'D(매우 취약)' 등급을 받은 데 이어 공개매수를 통해 신성통상을 상장폐지키로 하면서 소수주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소액주주 보호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IB토마토>는 신성통상의 상장폐지 가능성과 지배구조 체제의 문제점, 낮은 ESG등급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가 향후 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신성통상(005390)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2022년부터 연속 'D등급(매우 취약)'을 받아왔다. 공개매수 절차를 통해 오너일가가 지배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상장폐지로 인해 공시 의무마저 사라지면 ESG 측면에서는 기존보다 저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일가 체제의 비상장 기업의 경우 투명한 경영과 지속 가능한 전략 구현에서 부족함을 보일 수 있어서다. 지배구조 투명성은 지속가능성과 연계되는 만큼 핵심 투자 지표로 꼽히고 있지만, 신성통상의 경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투자 유치의 필요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실적 감소와 일부 소액주주들이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향후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메세나폴리스 내 탑텐 매장. (사진=박예진 기자)
한국ESG기준원, 신성통상에 D등급 부여
10일 한국거래소 ESG포털에 따르면 한국ESG기준원(KCGS)이 2020년과 2021년 종합 C(취약)등급을 기록하던 신성통상의 ESG등급은 2022년 'D(매우 취약)'등급으로 추락한 후 올해까지 3년 연속 같은 등급을 유지 중이다.
D등급은 환경·사회·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을 시에 받게 되는 등급이다. 기존에도 신성통상은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향후 상장폐지 시에는 신성통상의 ESG 경영은 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지배구조(G) 부분에서 기존보다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은 상장사 공시 의무가 있어서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비상장사로 전환 시에는 이 같은 공시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 기업은 기업 내부 의사 결정 구조가 폐쇄적이고, 재무 정보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어 평가자들이 신뢰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ESG와 같은 비재무적인 정보가 투자자산을 움직이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한 것은 2020년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가 ESG 경영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서한을 보낸 것이 화제가 되면서다. 이전에도 ESG가 새로운 투자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이 책임 있는 투자활동을 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행사 지침)로 도입한 바 있다.
상장기업들이 ESG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채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성통상의 경우 올해 첫 역성장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자금조달 필요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월 말 기준 신성통상의 부채비율은 166.9%로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부채비율은 6월 말을 기준으로 2020년 271.9%, 2021년 239.1%, 2022년 197.9%, 2023년 152.3%로 완화돼 왔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200%이하일 때 안정적이라고 평가된다.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올해 들어 21.7%로 안정화됐다. 순차입금의존도는 6월 말을 기준으로 2020년 49.8%, 2021년 39.8%, 2022년 33.9%, 2023년 27.0%로 점차 낮아졌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ESG 등 재무적 가치로 투자를 유치하고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기업도 많다"라며 "특히 최근에는 ESG를 부차적인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당초 도입 취지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기업의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루가 상장사의 기업공시 의무"라고 설명했다.
올해 첫 역성장 속 불매운동 조짐 '변수'
앞서 신성통상은 2019년 7월 일본과 무역분쟁 당시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일면서 '애국소비'로 주목을 받았다. 애국소비는 소비자가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소비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결과 2018년 회계기준으로 8211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액은 2019년 9549억원, 2020년 1조272억원, 2021년 1조1999억원, 2022년 1조4658억원, 2023년 1조542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18년 194억원에서 2023년 1441억원으로 7.43배 급증했다.
소비심리 위축 여파로 인해 3분기(2023년 7월1일~2024년 3월31일) 매출액이 1조883억원을 기록하며 직전연도 동기(1조1417억원) 대비 감소해 2019년 이후 첫 역성장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영업이익률은 5.97%를 기록하고 있다. 판매비와관리비 비율이 4.20%포인트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원가가 2.15%포인트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보완됐다.
다만 직전연도 동기 8.02% 대비로는 영업이익률이 2.05%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3개월 누적으로는 영업손실 52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마이너스(-) 전환했다. 판관비율이 직전연도 동기 대비 4.40%포인트 증가하면서다. 경쟁사인 이랜드월드와 LF(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이 1~3월 누계 기준 각각 5.5%, 5.9%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익성이다.
이 가운데 일부 소액주주들이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수익성 저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월 말 기준 소액주주는 1만6771명에 이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IB토마토>에 "1만6000명이 불매운동을 하기에 적은 숫자는 아니다"라면서도 "불매운동을 하는 이유가 다른 소비자도 공분을 느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