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국산 신약의 특허권 방어를 깨고 시장 진입을 노리는 제네릭 개발사들의 특허 소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약의 복제약인 제네릭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개발사가 보유한 특허를 회피하거나 무력화시켜야 하기 때문이죠.
11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캡의 특허를 두고 오리지널 개발사인 HK이노엔과 제네릭 출시를 노리는 70여 곳에 달하는 국내 제약사 간 법정 분쟁이 진행 중입니다.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3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질특허 기간 만료 기간은 2026년 12월6일까지였지만 2031년 8월25일까지 연장됐습니다. 결정형 특허는 2036년 3월12일에, 용도 특허는 2036년 6월8일에 만료됩니다.
제네릭사들은 HK이노엔을 상대로 물질 특허와 결정형 특허 관련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까지 결과는 양측이 1승 1패입니다. 제네릭사는 케이켑의 결정형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HK이노엔은 항소심을 제기해 결정형 특허를 둘러싼 분쟁은 2심 재판에서 계속 진행 중입니다. 물질 특허 소송에서는 HK이노엔이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보령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는 지난해 2월 물질특허 기간이 만료됐지만 제네릭 개발사들은 제품 출시를 위해 미등재 용도 특허를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카나브 제네릭 개발사인 대웅제약과 동국제약, 알리코제약, 한국휴텍스제약은 조성물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카나브의 복합제 듀카브도 특허분쟁에 휘말려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네릭사들은 듀카브 복합조성물 특허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에 이어 특허 무효 심판까지 청구했지만 1심과 항소심 모두 패소했습니다.
제약산업 특성상 신약에 대항하는 제네릭 개발사와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 소송으로 공방을 펼치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양측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약 개발을 우선시하는 정부 정책 방향과 제네릭 유입으로 약가가 낮아져 환자 접근성과 건보 재정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을 모두 살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원장은 "국산 신약 초창기 1세대들이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서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사 간 특허분쟁 양강 구도에서 국내 제약사끼리 특허 소송을 치루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신약 개발 촉진하는 동시에 신약의 혁신 가치를 보상하는 약가 개선 방안을 계속 고민해야 하고 제네릭 개발사들은 품질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 경쟁력 강화에 주안점 둬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약업계 일부에서는 국산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우리나라 특허법이 국제적 기준에 맞게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다수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되 개인의 발명과 산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특허법 제1조의 취지에 맞게 제약산업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원장은 "실체법과 절차법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특허법은 다른 법과 달리 나라별 산업의 고유한 생태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제네릭사와 오리지널 제약사 중 일방에게 유리하게 법을 적용한다면 오히려 우리나라 특허법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게 왜곡될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 과정에서 통상 마찰까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