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 기자] TSMC가 파운드리 2나노 양산을 앞두고 삼성전자를 밀어내기 위한 전방위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3나노 선행 기술 개발에도 점유율 뺏기에 실패했던 삼성전자는 긴장감이 역력합니다. TSMC에 대한 대만과 일본 등의 파격 지원에 비춰 삼성전자도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데 당정 안팎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5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TSMC가 삼성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근래 점유율 하방에 눌러앉히려고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TSMC의 공세로부터 내부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심상치 않음을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경쟁에서 도태될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다"며 "회사 자구책은 물론 외부의 도움도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022년 삼성전자는 TSMC보다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파운드리 개발이 빨랐습니다. 하지만 TSMC로부터 주요 고객사를 뺏지는 못했습니다. GAA를 처음 개발한 당시 기술 품질은 높았지만 핀펫 공정을 고수한 TSMC가 경제성을 어필했습니다. 지금은 생성형 AI 붐으로 품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습니다. 그러자 TSMC도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의 AI 가속기 개발업체 프리퍼드네트웍스(PFN)로부터 2나노 칩 주문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PFN은 TSMC의 고객사였기 때문에 모처럼 반격을 가한 것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업계에선 TSMC가 애플과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2나노 선주문을 확보하고 시험 생산에 돌입할 것이란 소문이 퍼졌습니다. 대만 현지 언론도 TSMC의 2나노 시범 생산이 당초 4분기보다 빠른 3분기에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3나노 선행 개발에도 TSMC에 밀린 배경이 패키징에 있다고 보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독자 개발한 2.5D 패키징 기술을 새롭게 내세웠습니다. 이번 일본 PFN향 파운드리 역시 관련 패키징 신기술을 적용한 턴키 전략으로 수주했습니다.
그럼에도 패키징은 TSMC가 2016년부터 2.5D 기술 CoWoS를 개발해 한참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TSMC 패키징 기술이 국내보다 10년이나 앞서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런 패키징 기술이 애플, AMD, 브로드컴 등 고객사의 이탈을 방지하고 삼성전자와 인텔과의 격차를 벌린 비결로 꼽힙니다.
삼성전자는 본래 패키징을 대만 전문업체(OAST)에 위탁해왔으나 전략적인 중요성이 커지자 TSMC처럼 자체 개발에 나섰습니다. 2023년 전담부서인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사업팀을 만들어 패키징 기술에 18억달러(약 2조4000억)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첨단 패키징 라인 거점은 천안사업장 C2에 만들고 8월부터 패키징 장비를 반입할 예정입니다. 올 3분기부터 HBM을 적용한 아이큐브8을 양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TSMC는 대만 반도체 생태계의 전방위 도움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취약점이 부각되는 부분입니다. 일례로 대만 정부는 3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고 장비와 기술을 보유한 다른 대만기업의 리쇼어링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TSMC도 중국과의 전쟁 불안으로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예견돼 왔습니다. TSMC는 이를 해결하고자 일본 구마모토 현에 공장 투자를 확대하게 됐습니다. 일본도 발맞춰 공장 건설비용의 최소 3분의 1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등 반도체 허브 국가 도약의 야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반도체 세제 및 금융 지원을 넘어 여야가 경쟁적으로 반도체 보조금 지원 법안을 발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의 세수 부족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현실성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수와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TSMC는 최근 구마모토현에 용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고 현지 정부가 긍정 검토 중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은 설계부터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세계 선두권의 메이저가 위치한 경쟁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며 “이런 생태계 지원을 받는 TSMC와 비교해 삼성전자는 여러모로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