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15:3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들의 사업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대규모 주택·개발, 인프라 개발 등 사업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소규모 주택·건축 사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변화에 발맞춰 주요 건설사들은 새로운 사업 공략을 위해 자회사를 활용하고 있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기존 ‘자이’, ‘푸르지오’의 주거 서비스를 담당하던 자회사를 키워 소규모 주택사업 공략에 나섰고, DL이앤씨는 모회사와 흡사한 사업을 영위하던 자회사들을 합병했다. <IB토마토>는 이들 주요 건설사의 자회사를 분석하고, 영위 중인 사업과 재무건전성 등을 톺아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지난 2020년 삼호와 고려개발의 합병으로 탄생한 DL건설이 안정적인 영업실적과 재무건전성으로 모회사인
DL이앤씨(375500) 경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모회사와 중복되는 사업영역은 두 기업 간 시너지에 어려움을 주고 있어 향후 진행될 DL건설의 차별화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DL건설이 지난 3월 분양한 'e편한세상 평촌 어반밸리' 조감도.(사진=DL건설)
합병 후 연매출 2조원대 건설사로…민간 건축 비중 80% 달해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건설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973억원, 영업이익 1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매출 5152억원, 영업이익 104억원) 대비 매출은 15.9%, 영업이익은 12.5%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4300억원으로 전년(1조9624억원)보다 약 5000억원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10억원에서 614억원으로 2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건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원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결과다. 올 1분기 실적 상승은 수익성이 감소한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DL건설은 지난 2020년 삼호, 고려개발의 합병으로 출범해 매출 규모가 2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올해 2월에는 기존 DL이앤씨(1411만8984주)와 대림학원(13만403주), 이해욱
DL(000210)그룹 회장(12만6724주)이 각각 나눠 보유하던 보통주 지분 구조를 통일하면서 DL건설은 DL이앤씨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DL건설의 매출은 건축 부문에 크게 편중돼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건축부문 매출액이 4882억원으로 81.7%를 차지했고, 토목부문 매출 비중은 17.8%(1061억원)로 나타났다. 지난해 역시 건축과 토목부문 매출 비중이 각각 81.5%, 18.5%로 올해와 유사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건축부문 매출 비중이 80% 내외로 민간·주택부문에 집중된 사업구조여서 사업 가변성이 잠재돼 있다”라며 “현재 수주잔고를 고려할 때 이 같은 사업구조가 지속될 전망인데, 주택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택 정비사업과 비(非)주택 건축사업이 회사의 주요 영역이다. 올해 2월 말 기준 DL건설이 공사를 진행 중인 주택사업 규모는 2만1882가구에 달한다. 모회사인 DL이앤씨와 같은 ‘e편한세상’ 브랜드를 활용, 전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월 기준 DL건설 공급 주택의 분양률은 88.8%로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공정률 진행에 따라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기성불 현장의 분양률이 75.5%로 정비사업장(87.5%), 도급사업장(93.4%)에 비해 다소 낮지만 미수금 리스크는 거의 없다.
DL이앤씨와 ‘차별화 전략’ 절실…포트폴리오 다각화 관심
지난해 DL건설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2.5%로 전년(4.1%), 2021년(11.4%) 대비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원가부담 가중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축소된 가운데 지난해 준공 현장들의 공사미수금, 자체사업 추진을 위한 용지 취득 등으로 운전자본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575억원이던 잉여현금흐름(FCF)는 지난해 384억원까지 감소했다. 그럼에도 회사의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99.0%, 순차입금의존도는 –16.7%로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견조한 영업실적과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은 모회사인 DL이앤씨 경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DL건설 만의 경쟁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 2월 DL건설이 DL이앤씨의 완전자회사가 된 이후 행보로 ‘흡수합병’ 또는 ‘매각’ 등 두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같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두 회사가 합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DL건설은 올해 매출 2조5000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 신규수주 2조6000억원 등 지난해보다 상향된 영업 목표를 제시했다. DL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이 담보된 물량 수주에 힘쓰고 있다”면서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 분야 매출 비중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은 전사적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급격한 변화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