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인력 늘지만…인권·노동조건 우려↑

정부, 가사돌봄 등 외국인력 도입 시범사업
노동계 “대책 없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만 심화”

입력 : 2024-07-22 오후 3:35:21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가 가사돌봄과 음식업 등의 업종에서 외국인 노동자 인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외국인력 도입을 위한 각종 시범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노동계는 비용 절감만을 고려한 졸속 시범사업들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채우기에 급급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대책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외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오는 9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서비스를 이용할 서울지역 가정을 내달 6일까지 모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국인 가사도우미 규모가 줄고 비용도 비싸 육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인력 도입 방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오는 9월부터 6개월간 시행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방안을 보완하고 향후 확대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가사돌봄 분야에서 일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발급받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이 참여합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국내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 허가를 받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농업과 건설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 한해 E-9 비자를 발급했는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서비스업에 가사돌봄 서비스를 추가했습니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정부는 E-9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들이 기존 한식에서 중식과 일식 등 외국식 모든 업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국무총리실 소속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지난 19일 ‘고용허가제 음식점업 시범사업 개선방안’을 확정한 겁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으로 한식 음식점업과 임업, 광업 등 3개 업종을 추가했는데, 이번에 외국식 음식점업도 추가 허용했습니다. 시범사업 개선안은 내달 5일 고용허가 신청부터 바로 적용됩니다.
 
“비공식 일자리 늘려 노동 질 악화”
 
한국노총 관계자는 “당초 정부는 E-9 비자로 음식점업에 1만7000여명을 도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신청이 저조하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업력 요건을 완화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지급의무도 없고 산업안전교육도 법정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업주 사전교육과 자체점검 등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지만, 시범사업 지역과 업종을 확대하면서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화성 아리셀 참사를 겪고도 달라진 것이 없다. 올해 이주노동자 고충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하던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예산도 전액 삭감돼 운영이 대폭 축소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노동계는 외국인 노동자 도입 확대와 요건 완화에 앞서 인권 대책과 노동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 질을 떨어뜨려 노동시장 이중구조만 공고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최영미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 지부장은 “정부가 하반기에도 국내 체류 외국인의 돌봄 시범사업을 준비하는 등 외국인 가사돌봄 서비스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문제는 외국인력을 활용해 최저임금과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는 비공식 돌봄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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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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