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폭염기 건설현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살려달라’ 아우성인데, 고용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 건설사는 모두 현장 실태에 대해선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더울 때 잠깐 수박화채 싸들고 현장 방문하고 나면 그뿐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현장에서는 고용부 폭염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폭염기 정기 휴식과 작업시간 단축, 이런 여건을 감안한 적정 공사비와 공사기간 산정, 편의시설 보장 등의 폭염지침이 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건설노조는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건설현장 31곳에서 222건의 체감온도를 측정한 결과도 이날 공개했습니다. 고용부는 기상청이 발표하는 체감온도에 따라 온열질환 예방지침을 발표하는데,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느끼는 실제 체감온도와 차이가 컸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더워 죽기 싫다! 건설현장 편의시설 실태 및 폭염지침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체감온도는 기상청 발표와 평균 6.2도 차이가 났습니다. 기상청 발표 체감온도가 29.0도이면 건설현장은 35.2도로 조사됐습니다. 폭염경보로 인한 작업중지 수준입니다. 체감온도가 10.0도 이상 차이나는 현장은 34곳으로 전체 건설현장의 15%에 달했습니다.
부산 중구의 경우 조사 당일 기상청이 발표한 체감온도는 29.0도였지만, 건설현장에서 측정한 체감온도는 49.0도로 그 격차가 무려 20.0도에 달했습니다. 충북 옥천과 대전 상대동 역시 기상청과 현장의 체감온도는 각각 32.0도와 52.0도, 33.0도와 53.0도로 집계돼 현장과 체감온도가 20.0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폭염기만 되면 건설현장의 체감온도가 높아지는 건 강렬한 태양빛에 그대로 현장이 노출되는 데다 열을 흡수하는 철근 등의 건축자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특히 콘크리트가 굳으면서 발생시키는 수화열도 현장에서의 열기를 더한다고 했습니다.
“22대 국회서 ‘폭염법’ 제정해야”
건설노조는 “정치권도 폭염기만 되면 반짝하고 입법을 하다가 4년이 흘러 국회가 종료하면 법안을 폐기되는 수순”이라며 “이런 과오를 22대 국회가 다시 밟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기후위기는 매해 더 심해지고 있고, 건설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면서 “폭염기에 건설노동자들이 제때 제대로 쉬려면 폭염기 작업중지 기간에 대해 임금 보전과 공기 연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만성적 고용불안에 건설경기 침체, 노조탄압 여파 등이 겹치면서 건설노동자가 먼저 현장의 폭염지침을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더구나 속도전에 내몰려 빨리 일을 끝내야 이윤이 남는 구조에서 건설사들도 권고 수준인 폭염지침을 이행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상청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는 고용부 폭염지침은 현장과 괴리가 크다. 오죽했으면 노조가 온습도계를 구입해 체감온도 공식에 맞춰 일일이 계산했겠느냐”며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기간에 사업주가 온습도를 관리하고 폭염대책을 이행할 수 있도록 법 제도적 장치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