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로 미국 대선(11월 5일)이 불과 107일을 앞두고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미국 대선은 이전과는 다른 구도를 형성할 전망입니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해리스 카드' 역시 '트럼프 대세론'을 꺾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에 거즈를 붙인 채 15일(현지시각)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RNC)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리스 등장에도 굳건한 '트럼프 대세론'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내 각종 이벤트에 대한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이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68%로 나타났습니다. 피격 사건 직후 72%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60% 초·중반대를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 지지를 받은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29%에 불과합니다.
<CBS>와 여론조사 전문업체 '유고브'가 지난 16일부터 사흘 동안 유권자 2247명을 대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가상 양자대결을 조사해 18일 발표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 해리스 부통령은 48%의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또 미국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이 이날 67개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7.4%,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5.4%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NBC>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대비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바이든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열세를 보여왔는데, 아직까진 해리스 부통령의 확장세가 확인되지 않은 셈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에 대해 <CNN>과 통화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이기기 쉽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예상되는 한반도 및 국제 정세. (그래픽=뉴스토마토)
한반도·국제사회 '대격변' 예고
해리스 부통령이 대타로 구원등판했지만 '트럼프 대세론'에는 흔들림이 없는 상황인데요. 때문에 트럼프 집권 2기 시나리오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슬로건으로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무역과 외교에 적용했던 '미국 우선주의'를 교육과 이민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집권 기간 '민주주의'를 앞세운 동맹 중심의 바이든 행정부의 방향성을 온전히 뒤집겠다는 건데요. 국제 사회 분쟁에도 '전략적 침묵'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미국 우선주의가 한반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지난 8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개된 '2024 공화당 강령'을 보면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가 언급되지 않습니다.
북한 문제에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끊고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당시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거래에 나서면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 수준에서 대북제재를 풀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가정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연속성을 띠는데요.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9월 <CBS> 인터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있어 우리는 매우 분명하고 일치된 입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한반도 정책에 대해 '대북 원칙론'을 유지할 전망입니다.
반면 김 위원장과 직거래를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로 자국 방어를 위해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거액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우리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부하면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카드를 내세울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또 트럼프 집권 2기 참여가 유력시되는 외교안보 참모들은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인지하고 사실상 '적국'으로 규정하는 모양새인데요. 미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정치 상황상 미국과 중국의 충돌 여파가 동북아 지역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와 더불어 집권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고 자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고 러시아와 직접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와 협력에 나설 수 있는데, 우리로서는 북한과 군사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