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두산 분할합병안을 두고 금융위원장 후보 질의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계속됩니다. 합병비율 산정에 대한 소액주주 등 불만이 제기되는 가운데 애초 상장법인인 두산밥캣을 시가로 넘기지 않고 비상장법인 가치평가 방식으로 흡수하는 게 부적절하단 비판이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 12.4배나 되는 시가로 합병해 대주주에게 유리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이사충실의무·MOM 여론 유발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위원회에서 두산그룹 분할합병안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습니다. 소수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이란 국회 정무위원 지적에 따라 후보자는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시민단체 및 학계 등에서는 SK와 더불어 두산의 이번 합병 이슈를 계기로 상법상 이사충실의무 강화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아울러 MOM(소수주주 다수결, Majority-of-the-minority Voting)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MOM은 이해상충 있는 주주총회 표결안에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상법 제368조 제3항에 규정된 내용이지만 재계 관례상 사문화되다시피 했던 조문을 되살리자는 취지입니다.
두산 분할합병안의 논란은 증시에서 고평가돼 있는 두산로보틱스 효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두산밥캣을 저렴하게 흡수하는 데 있습니다. 이로 인해 두산밥캣과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가 불리한 반면, 두산밥캣을 흡수하게 되는 두산로보틱스 모회사이자 기업집단 지배회사인 두산의 대주주만 유리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회사 두산의 지분율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30% 지분을 거쳐 두산밥캣에 대한 46% 지분으로 연결됩니다. 이것이 분할합병 후엔 두산로보틱스(두산에너빌리티 신설부문 합병 후)에 대한 42% 지분을 거쳐 두산밥캣을 100% 완전 자회사로 두게 됩니다. 각각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간접 지분은 합병 전 13.8%(0.3 X 0.46)에서 이후 42%(0.42 X 1.00)까지 올라갑니다.
현재 이중상장 구조로 두산밥캣을 지배하고 있는 형태도 상장폐지 후 모회사(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증시 집중률이 높아집니다.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요 배당회사 역할도 해왔습니다. 합병 후엔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 지분율 상승에 따라 두산이 가지는 배당권리도 확대됩니다.
원전 수혜주로 지목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분할합병안 이사회 결의일(11일) 후 18일 이뤄지면서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습니다. 원전 호재는 향후 수주가 확정될 경우 건설 단계에서 실적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보다 주가가 우상향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따라서 현재 합병시점이 저점이란 인식도 적지 않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가치가 고평가 될수록 두산로보틱스는 합병비율에서 불리해집니다.
두산밥캣, 시가로 못 파는 합병안
당초 이번 분할합병안은 두산로보틱스를 시가로 평가하고 두산에너빌리티를 비상장 주식 본질가치 평가로 해 불합리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자회사 두산밥캣 포함)간 보통주 합병비율은 1대 0.1275856으로 결정됐습니다. 두산로보틱스에 흡수되는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1275856주가 배정된다는 뜻입니다. 합병비율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의 주당 평가액이 각각 두산로보틱스 8만114원과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 1만221원으로 산정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두산로보틱스는 상장법인이라 합병가액은 기준시가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기준시가와 비교된 자산가치 평가액이 6737원에 불과해 기준시가 8만114원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만큼 시가가 증시에서 고평가 돼 있다는 반증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상장사라 시가가 있지만 분할신설부문은 인적분할 후 흡수합병되는 단계를 거쳐 비상장 주식으로 평가됐습니다. 이로써 신설부문 자회사로 편입되는 두산밥캣도 시가평가를 못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소유권이 이전됨에도 두산에너빌리티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상받지 못합니다.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 보통주에 대한 가치평가는 자산가치 1만219원, 수익가치 1만223원으로 정해졌는데 각각 1과 1.5의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한 본질가치 1만221원이 합병가액으로 정해졌습니다. 회사 측은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은 주권이 재상장되지 않아 비상장 형태이므로 기준시가를 산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준시가 대신 본질가치 평가방식을 적용했다는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본질가치 평가는 시가가 없는 비상장 주식에 적용하는데 보통 수익가치를 부풀려 상장효과를 높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두산의 경우 수익가치와 자산가치 간 별 차이가 없어 보수적으로 평가된 것 같다"면서 "발표 시점을 고려하면 원전 수주도 수익가치에 반영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런 논란 속에 두산밥캣 지분을 직접 매각하는 게 두산에너빌리티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연대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이사회가 선택한 지배권 이전 방식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매각 필요성보다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인수 필요성이 더 큰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일반주주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지배권 이전 방식은 가격 협상을 통해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두산로보틱스에게 두산밥캣 주식을 직접 인수할 것을 요구했어야 하고, 두산밥캣 이사회는 주식 교환이 아닌 공개매수 방법을 통해 두산밥캣 잔여 지분을 매입할 것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지분을 시장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분할합병안을 수용함으로써 프리미엄을 포기한 셈이 됩니다. 이는 일반주주보다 대주주 이익만을 위했다는 비판여론과 연결됩니다.
한편, 특별결의가 필요한 이번 분할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 등의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9월25일 열립니다. 승인 후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 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씩 사측으로부터 주식매수청구가격을 제안받았습니다. 각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6000억원, 5000억원을 넘으면 계약은 해제될 수도 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