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출생아 수가 두 달 연속 증가했지만 넉 달째 2만명 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출생아 수 증가도 지난해 최악의 출생 지표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 인구절벽 시계추는 빨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내년이면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되는 만큼, 고용노동정책·복지제도 등의 현실적 문제부터 풀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저출생 쇼크에 심각한 고령화는 개인 생존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 차별·배제 등 빈곤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인구동향'을 보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인구가 8999명 자연감소하는 등 55개월째 줄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만명선 회복 못한 출생아 수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 5월 출생아 수는 1만9547명으로 전년보다 2.7%(514명)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 4월에 이은 두 달 연속 증가세로 8년6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그러나 추세적 반등을 얘기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닙니다. 올해 2월 1만명대로 추락한 이후 넉 달째 2만명선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5월 증가세가 지난해 같은 달 최악을 기록한 '역대 최저치(1981년 이후 첫 1만8988명)'에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합니다.
최대 관건은 '합계출산율 0.68명' 반등 여부입니다. 지난해 0.72명의 역대 최저를 기록한 합계출산율은 올해 장래인구추계 전망에서 0.68명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난 뒤 혼인한 영향과 저출생 대응의 정책효과가 시너지를 내야 하지만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새로 태어나는 인구보다 사망하는 인구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도 가파릅니다. 지난 5월 8999명이 자연감소하면서 55개월째 자연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한국폴리텍대학 서울정수캠퍼스에서 열린 중장년 고용노동정책 방향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인구 고령화는 우리경제의 성장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고령층의 경제활동과 인적자본 활용이 이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인구 고령화, 경제성장 '부정적'
무엇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중위시나리오 기준)를 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지난해 91%, 올해는 77% 감소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중장기 고용전망에서는 인구구조 측면의 노동공급이 산업별 부가가치 전망에 기초한 노동수요인력에 비해 2032년 기준 약 89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경제의 성장제약 요인인 인구 고령화를 고령층의 경제활동과 인적자본 활용으로 풀어야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엄상민 교수의 분석을 보면 최근 고령 근로자의 특징을 보면 2010년 이후를 중심으로 55세 이상 근로자의 노동시장 참가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임금 근로자의 법정정년연령(60세) 이후 퇴직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40대 중반 이후 퇴직자의 퇴직 연령이 늦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더욱이 인적자본이 높고 상대적으로 고숙련 일자리에서의 근로 비중도 높은 상황입니다. 계속고용 업체의 경우 고숙련 서비스업이나 디지털 활용도가 높고 생산성이 높은 업체 등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엄 교수는 "인구 고령화는 우리 경제성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나 현재 고령자 진입 세대가 축적해 온 인적자본의 효과적인 활용이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 충격을 완화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고용 제도 운영 사업체 회귀분석 결과,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며 직무급 또는 직능급을 운영하거나 호봉급을 사용하지 않은 업체일수록 재고용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4일 성명을 통해 "70여 개 복지제도의 근거가 되는 '기준 중위소득'이 재정당국의 개입으로 법에서 정한 방식이 아닌 임의로 하향 결정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복지 기준선 '기준중위소득' 현실화부터"
70여개 복지제도의 근거가 되는 '기준 중위소득'의 현실화 요구도 높습니다. 기준중위소득은 복지 제도 등 사회보장제도 선정기준에 활용되는 중요한 기준선으로 생계급여 수급자의 경우 기준중위소득의 32%를 최대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 아이돌봄 서비스, 한부모자녀 교육비, 국가장학금, 국민취업지원제도, 산재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 노인 치매 검진,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 행복주택, 청년 월세 지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현행 기준중위소득이 실제 우리 사회 소득의 중간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1인가구의 기준중위소득은 222만8000원이나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경우 2024년 소득의 중위값을 271만2000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측은 "현재 기준중위소득은 1인가구 기준 48만원이나 임의로 낮게 설정된 셈"이라며 "이로 인해 수급자들은 약 15만원정도 생계급여가 깎인 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준중위소득은 빈곤층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 구성원에게 중요한 기준선임에도 매년 낮게 책정돼 왔다"며 "원칙으로 정한 최근 3개년도 통계자료상 평균증가율을 그대로 적용한 해가 드물다. 정부가 역대 최대 인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2024년도 인상률 6.09% 역시 산출된 기본증가율의 80%만 적용한 값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