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개별 품목·소수 기업 간 협력에 머물러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생태계 단위의 대형 협력 구조로 키웁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소부장 생태계 선점'이 산업 경쟁력을 가를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산업의 허리로 불리는 중견기업 투자도 대폭 늘립니다. 인공지능(AI) 전환을 위한 제조 AX(AI 전환)를 통해 지능형 공정을 현장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관건은 실행력입니다. 수출의 양적 성장을 발판으로 소부장 생태계의 질적 혁신과 지역·기업 간 선순환을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관세와 공급망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도 정책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힙니다.
산업통상부가 3일 공고한 '신규 소부장 협력모델'은 파편화된 지원에서 벗어나 '생태계 전체'를 대형으로 육성하는 데 방점을 뒀습니다. 특히 신설한 '생태계완성형 협력모델'은 수요기업(대기업 등)이 단순히 과제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소부장 생태계의 설계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정부는 수요기업에 도전적 목표 달성에 대한 책임(연구개발 총괄)을 부여하고 연구개발(R&D) 참여기업 자율 선택·변경 권한, 대형 R&D(연 60억 내외) 자금·정책금융 등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지역주도형 협력모델'을 더해 지역 균형 발전도 챙기기로 했습니다.
소부장 특화단지 내 공장 신설 투자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단일 지역형'과 서로 다른 특화단지 간 시너지를 노리는 '지역 간 협력형'으로 세분화하는 식입니다. 지방정부와 앵커기업(선도기업)이 힘을 합쳐 지역 소부장 생태계의 자생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입니다.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점 일렉트로마트 국내 최초 로봇 매장에서 시민들이 로봇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의 허리를 키우기 위한 다른 축은 중견기업과 AI 전환입니다.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생산·수출·고용을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R&D 예산을 전년 대비 20% 증액한 655억원을 편성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디지털 전환을 넘어선 '제조 AX'에 대한 우대를 두기로 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분석을 보면, 한국의 AI 사용 비중은 3.06%로 일본(3.12%)에 이어 동아시아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업무용 사용 비율(51.1%)은 동아시아 4개국 중 가장 높습니다. 다만, AI 업무 위임도는 글로벌 평균(3.38점)보다 낮은 3.29점으로 AI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나 여전히 '참고·보조 수단'에 머무는 비중이 높은 실정입니다.
산업부 측은 "지역균형발전과 M.AX가 결국 산업정책의 큰 방향"이라며 "중견기업이 지역 대표기업으로 성장하고 우리 산업의 허리에서 혁신을 선도해 갈 수 있도록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적극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산업 경쟁의 주체 전략이 마련되고 있는 사이 대외적인 통상 환경은 변수입니다. 정부는 한·미 관세 합의 이행과 에너지·자원 협력을 통해 대외 불확실성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나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과 에너지·자원 협력 등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이달 5일까지 예정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잇단 현지 인사들과 관세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과 에너지·자원 협력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