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피해 확산…'셀러런' 위기 고조

셀러 정산 지연 사태 피해 전방위 확산
셀러 이탈 가속화…큐텐 유동성 악순환 위기

입력 : 2024-07-25 오후 4:00:04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싱가포르 기반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Qoo10)' 계열사인 위메프·티몬의 판매자(셀러) 정산 지연 사태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정산 이슈를 우려하는 상당수 셀러들이 플랫폼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이미 판매한 상품을 거둬들이는 등 이른바 '셀러런' 위기가 고조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는 실정인데요.
 
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신속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피해 외에 업체 간의 대금 지급 문제는 사실상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사태의 배후에 있는 구영배 큐텐 대표는 상황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원론적인 의지만 우회적으로 전달했을 뿐,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업계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셀러런' 본격화…소비자 피해도 '눈덩이'
 
25일 현재 위메프와 티몬은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이들 플랫폼에서는 여행 상품의 판매가 중단된 데 이어 백화점, 홈쇼핑 등 소비재 판매도 연쇄적으로 막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은 이미 지난 24일부터 위메프·티몬의 기존 결제건에 대해 카드 취소를 막았습니다. 고객들의 취소 신청이 빗발치면서 카드 취소 루트를 차단한 것이죠. 위메프·티몬 고객이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무조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위메프·티몬 사태가 장기화할 기미를 보이면서 수많은 중소 셀러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악화하고 이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달 셀러들이 정산 받지 못한 대금은 올해 5월 판매분인데요. 이는 위메프·티몬의 판매 대금 정산 주기가 최대 2개월인 까닭입니다. 즉 지난달부터 이달 판매 대금 정산 역시 해결되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된 업체는 6만여개에 달합니다. 상당수는 중소 셀러들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들은 대체로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아 제때 정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소규모 셀러뿐만 아니라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 여행사를 비롯한 규모가 큰 셀러까지 탈출하는 셀러런 사태도 가속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셀러런이 심화하면 플랫폼의 거래량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유동성 악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소비자들 역시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단순히 플랫폼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겪는 수준을 넘어 적잖은 금전적 손실을 입고 있는 실정인데요. 실제로 공정위는 정산 지연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관련 소비자 상담이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위메프·티몬 관련 소비자 상담은 지난 23일 254건, 24일 1300건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같은 실정에도 구영배 큐텐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위메프와 티몬 모두 다 동일하게 소비자 피해 구제를 우선으로 하고 있고, 소상공인과 영세상공인 피해 구제를 2순위에 이뤄질 수 있도록 같은 서열을 두고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셀러가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업체들이 유능한 셀러 유치 경쟁에 한창인 점도 이 때문"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 오히려 셀러들이 한꺼번에 정산을 요구하는 셀러런 사태가 본격화하면, 플랫폼 고유의 기능을 잃어 사업 경쟁력이 더욱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큐텐 측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점도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며 "업계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면 구 대표가 빠른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약 없는 플랫폼 정상화
 
위메프·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대통령실은 소비자들과 판매자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또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대표자 및 주주 측에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소비자 및 판매자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위메프·티몬의 매출과 거래액이 급감하고,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더 커져 이들 플랫폼이 언제 정상화할지는 기약이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더욱이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위한 지원은 가능할지 몰라도 정산 지연 문제에 대한 공정위 제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한국소비자원의 피해 구제 및 분쟁 조정 기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셀러 대상) 미정산 문제의 경우 민사상 채무 불이행 문제라 공정거래법으로 직접 의결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 소관 법령으로 위메프·티몬을 제재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번 사태가 지난 2021년 수백명의 피해를 낸 '머지포인트 사태'와 유사한 점도 위메프·티몬 플랫폼 정상화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입니다. 이는 '무제한 20% 할인권'을 내세운 머지포인트가 당국으로부터 하가 받지 않고 등록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머지머니 판매를 돌연 중단하자, 대규모 환불 중단 문제가 빚어지면서 피해자들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진 사태인데요. 권남희 머지포인트 대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부분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은 환불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주요 축이 쿠팡과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로 이동하고, 기존의 2군에 속했던 업체들의 성장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며 "고객의 돈을 받아 40~60일이 소요된 후 셀러에게 정산하는 시대가 끝났다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위메프, 티몬 등이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성장하는 데 한계를 느끼는 것 같다"며 "셀러 및 소비자 피해 구제와 관련해서는 유통 기업이나, 사모 펀드 등이 인수에 나서지 않은 이상 현재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옥 앞에 정산 지연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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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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