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없다…현대차, 분기 사상 최대 실적

매출 45조, 영업익 4.3조…분기 사상 역대 최대
하이브리드·SUV 등 고부가 차종이 실적 견인
미국서 친환경차 상승세, 트럼프 당선은 '리스크'
조지아 전기차 공장 완공 눈앞…하이브리드 생산 전환

입력 : 2024-07-25 오후 4:31:23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올해 2분기 45조원대 매출과 4조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늘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 것이 현대차의 호실적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조27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7% 증가했다고 25일 밝혔습니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사진=현대차그룹)
 
같은 기간 매출액은 45조206억원으로 6.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4.7% 증가한 4조1739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써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에 따른 수요 둔화와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인한 인센티브 상승 추세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환율 효과 등을 바탕으로 영업이익률 9%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05만7168대를 판매해 전년동기대비 0.2% 줄었습니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매는 북미 권역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2.2% 늘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전년동기대비 9.6% 감소한 18만5737대가 판매됐으나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 등 SUV 및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이 지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싼타페 및 싼타페 하이브리드, 제네시스 GV80 부분변경 모델 등 고수익 신차 판매 본격화로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한 87만1431대가 판매됐습니다.
 
2분기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상용 포함)은 전년동기대비 0.2% 증가한 19만2242대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하이브리드는 12만2421대로 26.4% 증가한 반면 전기차는 5만8950대로 24.7% 줄었습니다.
 
상반기 기준 글로벌 판매량은 206만3934대를 기록했고 매출액은 85조6791억원, 영업이익 7조836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현대차는 향후 경영환경 전망과 관련해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대와 신흥국 위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특히 현대차의 친환경차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미국에서 전기차 정책 변화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입니다.
 
현대차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조감도.(사진=현대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일성으로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를 폐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 행정부가 2030년까지 모든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뒤엎겠다는 뜻이죠.
 
미국에서 현대차의 상승세를 이끄는 게 친환경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 시장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습니다. 포드는 대형 전기 SUV를 생산하려던 캐나다 오크빌 공장에서 내연기관 픽업트럭을 생산하겠다고 밝혔고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이전보다 5만대 적은 20만~25만대 수준으로 줄일 방침입니다.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로 내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생산한다는 GM의 계획도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해진 상태입니다.
 
현대차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언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하면 현지에서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보조금이 크게 줄고 이는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연내 완공되는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전용공장은 하이브리드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미국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싼타페입니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아이오닉 라인업 확대, 캐스퍼 일렉트릭(해외명 인스터) 글로벌 론칭, 하이브리드 라인업 기술 개발 및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한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SUV,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증진에 집중할 방침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 전기차는 현재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지만 판매량이 늘고 있어 보조금 정책이 폐지돼도 즉각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현대차 앨라배마, 조지아 공장의 내연기관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바꿔 하루속히 생산해야 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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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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