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인공지능(AI)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다양한 업종에 걸쳐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요계에서도 AI를 활용한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자의 권리 침해 등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음악업계에선 AI기술 확산을 막을 수 없지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가요계에서 AI활용은 크게 음성 생성, 작곡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이브(352820) 자회사 레이블 빅히트뮤직과 오디오·음악 AI 솔루션 업체 수퍼톤 간 협업이 음성 생성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작년 5월 빅히트뮤직 소속 아티스트 미드낫(본명 이현)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베트남어의 6개 국어 버전의 곡을 동시 공개했습니다. 6개 국어로 각각 노래를 불러 녹음 후 AI를 활용해 각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부르는 것처럼 교정했습니다. 노래 중 일부를 남자 목소리에서 여자 목소리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왼쪽부터 정우용 대표, 미드낫, 신영재 대표.(사진=하이브)
해당 프로젝트는 다양한 외국어 버전으로 확장하는 과정 중 시간, 비용, 노력을 감소시켜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언어 장벽을 낮춤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관심을 좀 더 쉽게 모을 수 있습니다.
가상 아이돌의 음성 구현에도 AI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상 아이돌 걸그룹 신디 에잇은 AI를 활용해 멤버들의 목소리를 디자인해, 이를 보컬로 활용해 지난 6월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실제 아이돌과 달리 구설수가 없고 트레이닝 및 숙소 생활 등 관리 비용의 절감이 가능합니다.
AI를 작곡 보조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작곡의 일부를 자동화하거나 작곡 과정을 보조하는 서비스가 많아졌습니다. IT업계는, 작곡 보조 서비스 활용에 따른 결과물을 최종 창작물로 만들어내는 등 음악 창작 부문 종사자들이 전체 작업 중의 한 과정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역시도 AI기술이 창작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제 조건으로 창작자 권리를 우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AI 기술 활용시 창작자 권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물론 AI기술이 기존 산업이나 창작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AI기술을 적극 이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버추얼 걸그룹 '신디 에잇'이 6월27일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사진=수퍼톤)
특히 음악산업 종사자의 경우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높습니다. 창작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건데요. 특히 생성형 AI를 통한 음악 생산 자동화로 인해 가창·악기 실연에 악영향을 미치고, 저작권 또한 침해할 것이라는 게 주요 지적사항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창작자 권리 중심의 AI법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테네시주는 '엘비스법'을 제정해 생성형AI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저작자의 권리를 우선 보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해당 법은 초상, 음성, 이미지 등의 데이터가 당사자 동의없이 학습에 투입되는 것을 금지합니다.
미국과 달리 국내는 초상, 음성, 저작 등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게 음악종사자들의 입장인데요. 이들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는 음성, 저작, 초상 등에 대한 보호가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과정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부작용이 고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유튜브의 플레이리스트도 저작권에 위배되지만 규제가 늦어지면서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고착화 됐습니다. 또한 초상권 침해의 경우 승소가 어렵다 보니 보호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표는 "지금 다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엔터 쪽 관련 분야 전체가 혼란스러운 과도기 기간인 것 같다"며 "법으로 이걸 모두 규제할 수 있는 건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관련 단체가 모여 규약을 정하든지 하는 식으로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AI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음악 산업의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K콘텐츠가 주목을 받으면서 IP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현실 속에선 AI기술로 음성, 저작, 초상 등이 침해 받더라도 속수무책인 형국입니다. 그럼에도 AI 관련 법안은 22대 국회에서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남도가 공식 유튜브 채널 경남TV에 공개한 생성형 AI 활용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새로운 시작’.(사진=경남도)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