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도 막판 뺀 '종부세'…명분 없는 이재명 '우클릭'

'대선 패배' 원인 지목된 종부세 논쟁…반발 조정 '관건'

입력 : 2024-07-26 오후 5:24:3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종부세(종합부동산세) 완화론'을 연일 띄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종부세에 대한 내용은 빠졌는데요. 이 전 대표는 일찌감치 대선용 화두를 꺼내 이슈를 주도하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명분'인데요. 연일 정부의 '부자 감세'에 날을 세워왔던 그가 자기부정 덫에 빠졌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심' 업은 이재명의 감세론
 
기획재정부가 지난 25일 확정한 '2024년 세법개정안'에는 종부세 개정이 제외됐습니다. 종부세의 개편 수위는 상속세와 함께 올해 세법개정안의 양대 화두였는데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거론하면서 여당·대통령실은 종부세 전면 폐지까지 언급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앞장서 종부세 폐지·완화 방침을 밝혔는데도 정부가 현 체제 유지로 가닥을 잡은 건 '지방 세수 악화'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입니다. 이재명 전 대표를 필두로 민주당이 종부세 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논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 전 대표는 종부세뿐 아니라 금융투자소득세와 상속세에 관해서도 기존의 민주당 노선과는 배치되는 입장을 취해왔는데요. 그는 지난 10일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부세의 근본적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5일 <KBS> TV토론회에서 "평생 돈 벌어서 가족이 실제로 살고 있는 집인데, 그 집이 좀 비싸졌다는 이유로 징벌적 과세를 하는 건 반발이 너무 심하다"며 "실거주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감세 기조를 분명히 했습니다.
 
과거 이슈화가 될 때마다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던 '종부세 완화론'을 이 후보가 의제로 던진 건, 그만큼 돌파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요. 당원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만큼, 방향을 결정하면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먹사니즘'과 '부자 감세'의 괴리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참여정부가 만든 종부세는 '진보정권 부동산 정책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가주택·다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높여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민주당에선 '상식'으로 통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종부세 완화론은 당내 파장뿐 아니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민주당과 연합 전선을 형성한 군소 야당 반발도 불러왔는데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의 첫 방향이 '부자 감세'라는 지적은 불가피합니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납부자(개인·법인 포함)의 상위 1%(4951명)가 전체 종부세 결정세액(4조1951억)의 68.7%(2조8824억원)을 냈습니다. 납부 인원당 평균 835억원2000만원가량의 부동산을 보유한 셈인데요.
 
게다가 종부세는 지난 2022년에 이미 한 차례 개정해서 크게 쪼그라든 상태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납부대상은 120만명(2022년)에서 41만명(2023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2005년 제도 도입 이래 최대 감소 폭으로, 전체 주택보유자 중 2.7%만 종부세를 내는 겁니다. 윤석열 정부가 하면 '부자 감세'이고, 민주당이 하면 '민생 정책'이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종부세 완화론은 중도뿐 아니라 국민의힘의 '약한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차 교수는 "종부세를 완화해서 0.1%밖에 안 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사실보다 '민주당이 친자본주의적이고 좌파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이라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일인 만큼, 이재명 전 대표가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이 전 대표는 이미 대권 경쟁에 들어갔고, 중도층에 실용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반발은 불가피하더라도, 어차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집토끼'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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