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민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정부·여당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31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간첩법 개정안 관련 소위원회 회의록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한동훈 대표님, 민주당 탓하기 전에 국민의힘 의원님들과 먼저 소통부터 하시면 어떨까요?"라고 꼬집었습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익명의 여당 소속 의원은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는 아닌데…"라면서도 "대한민국의 경제적 이익을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 반도체 기술이라든지 우리 산업의 핵심 기술들이 유출이 됐을 때 국가의 안전이라는 구성 요건만 가지고 대한민국의 이익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고 조금 논의를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익명의 여당 의원은 또 정부 측 설명을 언급하며 군사기밀 보호법 등에 대한 개정안들이 마련됐거나 준비가 돼 있다면서 추가 검토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박 의원은 "당시 소위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넓힐 경우 일명 ‘산업스파이’같은 사례도 간첩죄로 처벌할 것인가 등의 논의가 이어졌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계속 심의하게 된 것"이라며 "이것을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되었다'고 하기엔, 자당 의원님들을 너무 무시하시는 것 아닙니까"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 외 다른 외국의 간첩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이 필요하다는 말씀 취지에 공감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1건 낼 때 민주당에서 3건의 법안을 낸 것 아닙니까"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대표가 지난 30일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해외 정보요원의 신상과 개인정보 등 기밀이 외부로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을 누가, 왜 막았나"라고 지적한 것에 대한 반박입니다.
민주당은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한 대표의 발언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비판했는데요. 그럼에도 한 대표는 "간첩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사위 제1소위에서 3차례나 논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법안 처리를 막았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박 의원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한 대표의 주장과 달리 정부·여당의 반대로 논의가 무산된 셈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