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끝나자 권력투쟁…정점에 '정점식'

비서실장 이어 사무총장, '요직'에 친한계…안정적 의결권 확보 '관건'

입력 : 2024-07-29 오후 3:50:4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정국 격랑에 대한 책임론이 여당을 향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친윤'(친윤석열계) 대 '반윤'(반윤석열계)의 충돌이 본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 장악을 위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를 전면 배치하고 있는데, 갈등 분출의 정점은 정점식 정책위의장 유임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뒤로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친한계 전면배치…당 장악 '시동'
 
한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임 사무총장으로 재선의 서범수 의원을 낙점했습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알려진 서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기간 친한 진영에 합류한 바 있는데요. 
 
그는 이번 인선에 대해 '선민후사'를 우선 고려했다며 "사무총장으로는 변화에 대해서 유연하고 그렇지만 어려운 일에 앞장서는 분을 널리 찾았다"고 소개했습니다.
 
당의 재정과 인사권 등 당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에 친한계를 전면 배치한 겁니다. 취임 직후 첫 인선에서 친한계이자 재선의 박정하 의원을 임명한 이후 연속해서 당 요직에 친한계를 포진시켰습니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친한계를 중심으로 한 당 인선을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굉장히 후진 구분"이라며 반박해 왔는데, 실상은 친한계의 전면 배치가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때문에 지명직 최고위원에도 친윤계 중용을 통한 당 통합보다는 친한계 의원들의 배치를 통한 당권 장악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재선의 김형동·김예지 의원과 함께 이른바 '팀 한동훈'으로 함께 뛴 박정훈 의원이 거론됩니다. 여기에 원외 인사로는 신지호 전 의원과 김종혁 당 조직부총장 등이 언급됩니다. 
 
9명의 최고위 구성을 보면 한 대표를 포함해 장동혁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까지 총 3명이 친한계고,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과 추경호 원내대표는 친윤계인 점을 고려하면 4대 3의 구도인데, 친한계 색채가 짙은 인물을 구성해 4대 4의 구도를 조성할 전망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책위의장 교체 땐…'친한·반한' 균형 깨진다
 
지도부 구성의 마지막 한자리이자, 계파 갈등 분출의 정점이 될 정책위의장은 이번 당직 인선의 핵심 변수입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까지 교체해 친한계 인사를 임명하면 9명의 최고위 구성은 친한 5대 친윤 4의 구도가 형성되는데요. 이 경우 친한계가 안정적 의결권을 확보해 당 장악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친한계 내부에서는 지난해 3월 김기현 지도부 출범 당시 정책위의장을 교체했던 사례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이들은 당헌 제25조 4항을 들어 대표가 당직자 인사에 관해 임면권 및 추천권을 가진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 대표 지지층에서는 정 정책위의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몰려 들어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정 정책위의장은 계정을 비공개 상태로 전환했습니다.
 
반면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헌·당규 임기 1년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또 정책위의장은 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들어 친한계 내부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습니다. 정책위의장직 임명·면직 당헌 해석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시작된 겁니다. 
 
한 대표는 아직까지 '백지상태'에서 인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친윤과 힘겨루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전당대회 기간 줄곧 주장해 온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친윤계 최고위원들이 취임과 동시에 "원내 사안은 원내대표가 결정할 일"이라며 반기를 들었는데요. 한 대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우군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입니다.
 
또 원외 당대표와 원내대표 사이의 충돌과 갈등은 종종 이어져 왔습니다. 2017년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2019년에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사이의 불협화음이 있었습니다.
 
계파 갈등 분출의 서막이 열린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당대표를 역임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벌써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친윤계로부터) 참교육 되고 있다"며 "정책위의장이 안 빼고 몽니 부리는 것, 이런 것도 참 특이하게 초반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의원은 "과거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합당할 때 안철수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측 인사가 아니라 정점식 의원(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었다"며 "그때도 안 의원이 정 의원을 추천한 게 아니라, 윤 대통령이 '이준석 감시하라'고 최고위원회에 국민의당 몫인 척해서 정 의원을 끼워 넣으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고 짚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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