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필요성, 시민단체들이 직접 알린다

시민들의 노동기본권 알리는 신문·라디오 광고 추진

입력 : 2024-07-31 오후 3:32:54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립니다.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인정하고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노조법 2·3조 개정이 일하는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걸 알리고자 돈을 모금한 뒤 신문과 라디오에 광고를 실을 예정입니다.
 
31일 야당 주도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과 쟁의범위 확대 등을 통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택배 기사와 같은 특수·간접고용 노동자까지 노조법 보호 대상에 포함합니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과거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다는 것에 착안,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예전처럼 다시 평범한 일상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란봉투법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돼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폐기됐습니다. 22대 국회 들어 개정안이 다시 발의됐고, 이번에 법사위를 통과한 겁니다. 하지만 본회의를 통과해도 다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전망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모인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광고 모금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노동자의 권리가 모든 시민의 권리가 됩니다’라는 내용으로 노란봉투법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한 광고를 추진키로 했습니다. 운동본부는 8월 한 달 동안 2차 광고 모금도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가 지난 9일 광주 서구 광주경영자총협회 사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노조법 2·3조 개정에 반대한 경제인 단체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노란봉투법이 노동자들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점을 알리려고 일반 광고를 추진하게 됐다”며 “고용형태가 어떻든 간에 노동기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서 시민들의 노동기본권,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플랫폼·특고 노동권 인정이 세계적 추세”
 
앞서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에 △특수·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 정책들에 대한 쟁의행위 허용 △노동자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가압류와 형사처벌 근절 등을 요구하며 노조법 2·3조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8월1일 본회의에서 법사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다시 요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경제단체들도 지난 23일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를 국회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2년 9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총은 성명을 통해 “국내 산업이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업종별 다단계 협업 체계로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쟁의행위가 상시적으로 발생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노동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대다수 사례가 사업장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개정안과 같이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마저 봉쇄된다면 산업 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운동본부는 경총이 ‘거짓 선동’으로 노조법이 개정되면 노사관계가 파탄 나고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겁박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혜진 활동가는 “경총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무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이미 플랫폼 등의 복잡한 노동형태에 대해서 노동자 권리를 보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우리들에게도 보편적인 노동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 현장에서 고강도 투쟁이 벌어지는 곳들을 보면 대부분 비정규직인 경우”라며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지켜져야 할 노동권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사용자 측과 문제를 해결할 교섭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투쟁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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