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데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석 달 만에 하향 조정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수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 회복 지연이 '찬물'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은 1년째 줄어든 데다, 소비재는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째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얼어붙은 내수가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DI는 8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 조정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성장률 '하향 조정'…내수·투자 부진
KDI는 8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춰 잡았습니다. 이는 지난 5월 2.6%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전망치입니다.
앞서 IB 8곳(스위스 투자은행 UBS·골드만삭스·바클레이즈·씨티·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HSBC·노무라)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 달 전(2.7%)보다 0.2%포인트 내려잡은 바 있습니다.
내수·투자 부진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밝힌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전 분기보다 0.2% 감소하는 등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설비투자가 모두 줄어든 원인입니다.
KDI 측도 이번 경제전망에서 수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망치를 하향 수정했습니다. 특히 민간소비의 경우 지난 5월 전망(1.8%) 대비 0.3%포인트 하향한 1.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설비투자도 기존 전망치인 2.2%보다 하향조정한 0.4%로 대폭 낮췄습니다. 건설투자는 0.4% 감소를 예상했습니다. 이는 기존 전망(-1.4%)과 비교해 감소폭이 축소된 수준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파급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입니다.
8일 통계청의 '2024년 2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 동향'을 보면, 제조업 제품 국내 공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내수 침체…제조업 국내공급 4분기째↓
내수 침체 여파는 내수시장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 지표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제조업 국내공급이 4분기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의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국내공급지수는 106.8(2020=100)로 전년보다 2.2% 감소했습니다. 국산·수입이 각각 -1.1%, -5.2%로 모두 줄었습니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 생산을 국내로 출하하고 외국 생산의 국내 유통 제조업 제품의 실질 공급액을 지수화한 내수 동향 지표입니다.
제조업 국내 공급은 지난해 3분기 -2.9%, 4분기 -2.8%, 올해 1분기 -2.4%, 2분기 -2.2% 등 4분기 연속 감소세입니다. 업종별로는 가스·화학운반선, 항공기부품 등 기타운송장비가 23.5% 증가한 반면 시스템반도체, 플래시메모리 등 전자·통신이 10.4% 줄었습니다.
화장품 등 화학제품도 3.7% 감소했습니다. 소비재는 자동차와 의복, 신발 등의 감소 영향으로 2.2% 감소했습니다. 자본재는 3.8% 늘어난 반면 중간재는 3.9% 하락했습니다.
국내 공급에서 수입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7.7%에 머물렀습니다.
2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4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구직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얼어붙은 내수…고용시장 '부정적'
특히 하반기 이후 경영 여건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커지면서 취업자 증가 폭도 더욱 줄어들 전망입니다.
KDI 측은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서비스업 중심으로 축소되고 있다"며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기존 24만명에서 20만명으로 하향 전망했습니다.
최근 통계청 집계를 보면 지난달 300인 이상의 대기업 취업자는 311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4000명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는 5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경기 전망 조사에서는 하반기 채용 계획과 관련해 '상반기 대비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회사가 10.1%에 불과했습니다. '더 축소하겠다'는 회사는 2배 이상인 24.8%에 달했습니다.
인력 감축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한 부실 여파는 유통업계의 불황과 맞물러있습니다. KDI 측은 내수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나 티메프 부실에 따른 대량 실직사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유통업계의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통업 전망과 관련해 "편의점은 소비 경기 둔화, 이커머스 채널과의 경쟁 우려와 무관하게 출점이 안정적이고 가격 민감도가 낮지만 장기화되는 소비 침체에 타격이 불가피"라며 "VIP 고객 위주인 백화점은 소비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고 경쟁업체 대비 성장률이 가장 높지만 장기화되는 소비 침체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재벌닷컴이 분석한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자산 상위 20대 그룹의 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 20대 그룹 중 9곳이 직원을 감축했습니다.
이 중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각각 2209명(3.0%), 1751명(2.0%) 감축하는 등 유통기업의 인력 감소가 두드러진 바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