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금 미지급 사태에 따른 파장이 확산되면서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규제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커머스의 경우 정산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데다 입점업체에 갈 돈을 여기저기 쓸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고객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할 수 있었던 데는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원적 관리·감독 체제 하에서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제도개선안을 검토해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방침인데요.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로 인해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 발의가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금감원·공정위' 사이서 발생한 규제 공백…금융기관 역할에도 이커머스 '방치'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관계 부처 태스프코스(TF) 회의를 개최하고 소비자·판매자 등의 피해 현황과 이행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금감원에서 파악한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는 지난달 25일 기준 2134억원에서 31일 기준 2745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6~7월 거래분까지 포함하면 미정산 규모는 3배 이상 커져 1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조만간 제도개선 방향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인데요. 판매대금 별도 관리, 정산주기 축소가 거론됩니다. 기재부 산업경제과 관계자는 "시급한 상황이라 해도 급하게 만들 수는 없다"며 "공정위, 금감원 등 관계 부처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내용은 이커머스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강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큐텐의 경우 판매자에게 줘야 할 대금을 판촉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미정산 대금을 갚을 돈이 부족해진 데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현재 은행, 증권 등 금융사는 '고객 돈'과 '회삿돈'을 명확히 구분하도록 규제를 받습니다. 티몬·위메프 등 이커머스는 전자상거래 업체이지만 동시에 금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그동안 금융기관 만큼의 규제는 받지 않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 1차 PG사(결제대행업체)는 은행·카드사로 금감원의 감독을 받지만, 2차 PG사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 공정위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종명 서브텍스트 공공정책연구소 대표(변호사)는 "2차 PG의 경우 공정위 소관이다 보니 금감원 입장에서는 중복 규제가 될 수 있어 소극적으로 이커머스를 감독해 온 부분이 있다"며 "특히 PG사의 경우 일단 금감원에 등록을 할 때는 기술적 요건, 자본 등 두 가지 요건이 까다롭지만 사후 관리 감독에 대해서는 느슨한 부분도 있어 금융기관 같은 적절한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메프, 티몬 사태 관련 관계부처 TF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21대서 뜨뜻미지근했던 '플랫폼 규제'…'티메프 방지법' 논의 탄력
정부가 이커머스 업체 전반의 관리 실태를 파악한 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인 가운데,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규제의 허점을 지적하며 티메프 방지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는데요. 관련 법안 발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날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급격히 개편된 전자상거래 환경 속에서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법안에는 온라인 판매사업자(플랫폼 서비스 입점업체 및 자체 인터넷사이트 사업자)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도 리콜조치가 있을 경우 판매 차단 등 협조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 결정을 위한 정보제공 범위 확대 및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 확대 등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는데요.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영업 행위에 대해서는 임시 중지명령 발동 요건 완화, 신속하고 효과적인 피해구제를 위한 동의의결제도 도입과 같은 소비자 피해차단 및 구제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온라인 플랫폼의 이용약관 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티몬이나 위메프 같은 등록 전자금융업자를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적기 시정 조치 등 필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티메프 사태 방지법'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다만 법적 규제를 하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소업체나 자사몰의 경우 자금 흐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고윤기 로펌 고우 변호사는 "네이버 같은 큰 기업이야 구매확정 후 바로 다음 날 판매자에게 정산을 해줄 수 있지만 10년 넘은 국내 유명 문구 디자인 플랫폼인 '바보사랑'도 부도나는 것을 보면 작은 중개업체들은 자금 흐름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섣부르게 진행할 경우 영세업체들이 네이버나 쿠팡 등 대형 플랫폼에 종속되는 식으로 결론 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