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할 때 소급적용을 못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단지)에서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는 문제로 서울시청과 서울시교육청, 강동구청, 새 아파트 입주민들이 얽혀 홍역을 치르는 데 따른 후속조치입니다.
서울시의회 소속인 김영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도시주거 조례)'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핵심은 도시주거 조례 제11조(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에 관해 일부 개정된 규정은 이 조례 시행일(2024년 3월15일) 이후 입안하는 정비계획부터 적용한다는 겁니다. 즉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바꾸는 절차를 간소화한 도시주거 조례의 특정 조항은 3월15일 이후 입안하는 정비계획부터 적용하자는 겁니다.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단지)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김 시의원이 조례 개정안을 낸 배경엔 서울시청이 공공공지 전환 간소화 조항을 앞세워 일방통행을 해서입니다. 서울시청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정비사업의 안정적 추진과 효율적 토지이용을 위한 학교시설 결정방안 개선' 문건에 따르면, 시청은 학생수요를 파악해 필요할 경우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추후 공공공지를 학교 땅으로 다시 전환할 땐 "교육청 소유 동일가액 재산과 교환"이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어 지난 2월29일 서울시의회는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는 절차를 '경미한 변경' 대상에 넣은 도시주거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 조례의 시행은 3월15일부터입니다. 문제는 소급적용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개정 도시주거 조례 시행전부터 학교설립 계획이 진행된 둔촌주공 땅이 영향을 받는 겁니다.
문제가 되는 둔촌주공 학교용지는 2014년 8월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교육청에 학교용지 용도로 기부채납한 땅입니다. 원래는 새 중학교를 지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4월 중학교 신설 계획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았습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주변 학교로 인원을 분산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과 재건축조합은 도시형캠퍼스(분교)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청이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이때 바로 전환 절차를 간소화한 개정 도시주거 조례를 들이밀었던 겁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들은 서울시청의 일방통행에 반발, 6월~7월 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까지 진행했습니다. 결국 서울시청은 지난달 8일 올림픽파크포레온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는 방침을 '내년 4월 교육부 중앙투자심'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영철 서울시의원(오른쪽)이 7월6일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연 집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 시의원은 조례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단순히 도시주거 조례 개정안 시행일을 규정하는 것만으로는 개정안 법령의 적용시기가 불분명하고 모호함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적용 시기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김 시의원은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벌인 집회에 참석해서도 "기존 정비 계획에서 결정된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변경할 때 전환 적용 시기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적용례를 구체화하는 조례 개정안을 내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 시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학교를 정말로 못 짓게 됐을 때는 (시청이) 학교용지를 가져가도 좋지만, (학교를) 짓겠다는데, 조례 (효력)를 소급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서울시청이 반대하더라도,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