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인 둔촌주공 학교용지 '공공공지' 전환

둔촌주공 학교용지 놓고 서울시와 갈등 지속
'공공공지' 전환은 '학습권 침해·형평성' 논란
입주세대 보호 우선…저출산 극복 '투자' 필요

입력 : 2024-06-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주거지 선택에서 소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는 빠지지 않는 요인이 됐는데요. 초품아는 자녀의 안전과 유해·혐오시설의 차단 등의 이점으로 인기가 많아 매매나 전월세 가격도 높게 형성됩니다.
 
역대 최대 재건축단지로 주목받고 있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단지가 ‘중품아’를 꿈꾸다가 좌절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서울시가 단지 내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사실이 알려지면서입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사진=뉴시스)
 
공공공지는 주요 시설물이나 환경의 보호, 경관 유지, 재해대책, 보행자의 통행과 주민의 일시적 휴식 공간 확보를 위하여 설치하는 시설을 말하는데요(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59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6호에 따라 설치하는 기반시설(공간시설)입니다.
 
기반시설에 관한 사항은 도시·군계획의 내용에 포함되는데요.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장이 계획을 입안해서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됩니다. 이후 5년마다 타당성을 재검토해서 정비하게 됩니다. 원칙적으로는 서울시장에게 공공공지를 설정할 권한이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려는 가장 큰 이유로 지난 2020년 중학교설립이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지방재정법 제37조, 동법시행령 제41조)에서 부적격 결정을 받은 점을 들고 있습니다. 계속 방치된 채 토지용도가 정해지지 않으면 준공 승인이 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재개발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대상 부지를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공지로 지정하고 관리하면서 활용을 유보하다가 교육부의 결정에 따라 다시 학교용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공공공지를 학교용지로 변경할 때에는 교육청 소유의 동일가액 재산과 교환해야 한다는 방침까지 세웠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방침에 서울시교육청과 강동구청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교육감은 학교설립·경영, 설치·이전 등의 지위와 권한을 갖는 점 △공공공지와 학교용지는 등가교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공공공지 우선 지정 후 교육청 소유의 동일가액의 학교용지와 교환할 경우, 학교 용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 학생들의 교육환경 및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점 △개발 사업 시행자는 학교 용지 확보와 관련해 교육감과 협의해야 하고, 개발 사업 승인권자는 협의된 의견을 개발계획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한 규정에 위반되는 점(학교 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제3조 및 동법시행령 제2조) 등을 이유로 서울시의 내부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상 부지에 둔촌초 병설 유치원 신설, 중학교 도시형 캠퍼스의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학교용지법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개발 사업 시행자와의 합의를 통해 확보한 학교용지를 서울시가 공공공지로 전환해 놓고, 서울시교육청이 다른 방식으로 취득한 동일가액의 학교용지를 제공해야 다시 학교용지로 전환한다는 방침은 실질적으로 학교용지 확보가 불가능한 조건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단지 내 교육시설 설립에 대한 1만2000여 세대의 신뢰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는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정규학교 규모의 설립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부적정 결정된 것인데요. 저출산 시대인 점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중등 교육 시설뿐만 아니라 대안으로 제시된 유치원 등 시설을 확충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육아 및 교육환경이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기존 시설에 수용이 가능하다는 경제적·형식적인 판단으로만 학교나 유치원 등의 설립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은 근시안적 정책입니다.
 
일각에선 둔촌주공아파트 재개발사업이 분양 단계부터 각종 규제 완화와 실거주 의무를 해제 등 특혜를 통해 비싼 집값을 유지했고, ‘중품아’까지 성공한다면 또다시 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서울 시내에 학교용지를 쉽게 확보하기 어렵고 학교를 새로 지어서 학생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을 고려하면, 기회와 기대수요가 있을 때 교육시설을 개선하고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중학교가 아니더라도 유아 교육시설 확충의 기회로 삼아 저출산정책 일환으로의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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