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의정 갈등이 6개월 넘게 이어진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의대 증원' 관련 청문회에서 자료 제출 문제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펼쳤습니다. 교육부가 증원된 2000명을 32개 대학에 배정한 근거가 된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회의록 원본을 파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16일 국회 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가 연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 회의록을 파기했냐는 교육위원장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 질문에 "배정위 운영되고 기간 중에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배정위는 지난 3월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결정한 이후 대학별 증원 규모를 결정했던 회의체로, 닷새 동안 세 차례의 회의로 결론을 냈습니다. 서울 의대는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고, 경인권과 비수도권 의대들에 각각 18:82 비율로 2000명 정원을 배정했습니다.
지난 8일 국회 교육위는 이번 연석 청문회의 증인 명단을 여야 합의로 채택하면서 당초 민주당이 제시했던 성명 불상의 배정위원장을 제외했습니다. 대신 정부가 배분 근거와 과정에 대한 자료를 제출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회의록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교육부는 회의 내용을 요약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배정위 위원 명단도 비공개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야당은 일제히 공세에 나섰습니다. '공공기록물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정위 회의록은 파기를 하기 전에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임의로 파기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교육위원회 간사인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교육부가 불투명한 운영과 부실한 절차로 논란이 된 (의대 증원) 배정에 대해 계속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의료 혁신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국민 불신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주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청문회에 배정위원장을 증인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건으로 교육부가 배정위 회의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배정위가 굉장히 중요한 회의였다면 당연히 기록을 남겨야 했다"며 "지난번 (배정위) 자료를 요청했을 때 그런(파기) 말씀을 안 하고 줄듯 말 듯 국회를 조롱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정부가 어떤 자료로 했는지 사후에 확인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신뢰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질타했습니다.
교육부는 의대 증원 배정위 회의록은 해당 법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거듭 해명했습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워낙 민감한 상황이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배정위 자료가 유출돼 갈등을 더 촉발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실무진 우려가 컸다"며 "배정위 위원 개인 정보가 유출될 경우 배정위원으로 모실 때 약속을 어기게 되고, 그분들이 큰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배정위 회의록 자료보다 중요한 건 2000명 인원을 대학에 나누는 데 정부의 기준이 있었고 적당했느냐라는 점"이라며 "그 기준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를 교육부에 가져오라고 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의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