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지만 문턱이 낮은 '불황형 대출'에 몰리고 있습니다.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 대환대출, 저축은행 소액신용 대출 등 잔액이 일제히 오르고 있는데요. 중저신용자들이 찾는 급전 수단인 만큼 연체율 상승과 같은 건전성 위험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불황형대출 잔액 증가세
1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52조349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51조2565억원 대비 2.13% 늘었습니다. 기준금리가 1.75% 수준이던 지난 2022년 5월 49조1120억원과 비교하면 6.59% 증가했습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보장을 유지하면서 보험계약의 해지환급금 50~95%를 빌려 쓰는 일종의 담보대출입니다. 해지환급금이 담보로 잡혀 여러 증빙 서류가 필요한 은행권에 비해 대출이 쉽고 빠릅니다. 대출 방법이 간편해 자금줄이 막힌 서민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불황형 대출’, ‘급전창구’로도 불립니다.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6월 취급된 보험계약대출의 평균 대출금리(금리연동형·확정형 포함)는 연 5.12%로, 지난 1월 5.30%보다 반년 새 0.18%포인트(P) 떨어졌습니다. 금리연동형 대출이자는 3.78~4.93%입니다. △삼성생명 4.7% △한화생명 4.55% △교보생명 4.66% 등입니다. 금리확정형 대출이자는 4.24~8.16%입니다. △삼성생명 8.16% △한화생명 6.63% △교보생명 6.51% 등입니다.
반대로 은행권은 가계대출 수요를 막기 위해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금리를 다섯 차례 인상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네 번에 걸쳐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계약대출 외에 대표적인 불황형대출인 카드론의 잔액 증가세도 상당합니다. 카드사 9곳(신한·
삼성카드(029780)·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40조6059억원으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입니다. 지난해 동기 37조6170억원 대비 7.94% 증가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는 14.27%입니다. 현대카드 평균금리가 13.63%로 가장 낮았고 삼성카드는 14.74%로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증가세도 가파릅니다. 같은 기간 대환 대출 잔액은 1조3274억원에서 1조7869억원으로 34.61% 늘었습니다.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돈을 빌려서 돈을 갚는 악순환에 갇힌 서민이 많아진 것입니다.
"급전 수요 폭증 영향"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잔액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총 1조1607억원입니다. 지난해 동기 1조216억원 대비 13.6% 증가했습니다. 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기준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9251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81%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동기 7353억원과 비교하면 25.8% 늘어난 수치입니다.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은 3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금액을 담보 없이 빌릴 수 있는 대출입니다. 대부분 신청 당일에 대출 승인 후 입금까지 완료돼 신용점수가 500점이 채 안 되는 저신용자의 급전 창구로 쓰입니다. 하지만 고금리로 이자 상환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연체 시 약정금리가 붙으면 연 20%인 법정 최고금리에 달하는 이자가 붙습니다.
문제는 불황형 대출 관문마저 좁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KB손해보험은 'KB 9회주는 암보험 Plus', 'KB금쪽같은자녀보험Plus', 'KB 5.10.10플러스 건강보험', 'KB플러스 운전자상해보험' 등 상해·질병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줄였습니다.
삼성화재(000810)는 '무배당 삼성80평생보험' 및 '무배당 유비무암보험' 등 장기보험 5종의 신규 보험계약대출을 중단했습니다.
저축은행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여신잔액은 99조9515억원입니다.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이 10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1년 11월 이후 3년 만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불황형대출은 중·저신용자들이 찾는 급전 수단이기 때문에 연체율 상승과 같은 건전성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업권별로 위험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개인사업자 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2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4.18%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3.16%와 비교해 3개월 사이 1.02%포인트 뛴 것으로, 2015년 2분기 4.25%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