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충전시간이 지나서도 계속 충전기 자리를 차지하는 과충전 전기차에 대해 최대 10만원의 사용요금을 받는 조례를 추진합니다. 최근 인천 청라동 아파트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서울시가 예방에 나선 겁니다. 하지만 이미 과충전 전기차에 대해 과태료 조치가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조례는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지적입니다. 과잉대응 논란이 불가피한 겁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조례(환경친화적 자동차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19일 서울시청 청사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사진=뉴스토마토)
충전 완료·제한시간 경과 후부터 측정
조례 개정안은 서울시가 소유한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차량 충전이 완료된 후 또는 제한시간이 경과된 후에도 출차하지 않는 자에게 충전시설 점거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충전시설 점거 사용료는 1분마다 500원 이하, 하루 최대 10만원 내에서 정합니다. 다만 충전종료 후 15분 이하의 범위에서 사용료 부과를 유예할 수 있습니다.
또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때문에 출차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서울시 산하 충전료심의위원회가 인정할 경우 충전시설 점거 사용료를 감면할 수 있습니다.
이번 조례 개정안은 지난 1월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방안'에 뒤따라 나왔습니다. 혁신방안 중에는 충전기 활용도 재고를 위해 충전공급 이후 '기본요금+점유수수료'를 부과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방안에 맞게끔 조례에 미리 근거를 마련하는 취지"라며 "정부와 더 협의를 해야 한다. 급속형과 완속형 중 어느 충전기에 도입할지 등 세부적으로 어떻게 (시행)한다는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시기상으로 이번 개정안은 지난 6월24일 아리셀 전지공장 사고, 지난 1일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에 입법예고됐습니다. 리튬배터리, 전기차, 전기차 충전기의 화재 위험성과 과충전에 대한 공포가 만연한 상황에서 공개된 아이디어인 겁니다.
각종 사고들이 공포심을 불러일으킨 이후로 전기차에 대한 규제는 서울시 차원에서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충전율 90% 이하인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도록 권고하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12일 서상열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배터리제조사를 공개하는 자동차에 서울시 보조금을 우선 지원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전기차 공포 만연하지만…과태료 10만원과는 별도로 부과
다만 과태료가 이미 있는데 추가 사용료를 부과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즉 과충전 전기차 운전자는 기존 과태료 10만원에 추가로 사용료 10만원까지 부과받을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의 경우 급속형 충전기의 최대 주차 시간을 1시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은 완속형 충전기의 최장 주차 시간을 14시간으로 정해놨습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운전자가 충전을 시작한 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만 없고 일이 있어 잠시 갔다 올 경우가 생긴다"며 "충전 끝나고 10분 이내에 바로 사용료를 매기기 시작하는 건 좀 과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다고 충전 완료 차량이 5~6시간 동안 자리를 차지하는 건 효율성이 떨어져 적당한 규제 지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충전 끝나고 30분~1시간 있다가 차량을 떠나도록 하는 게 적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