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올해 상반기 인도에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를 정조준하며 판매가 부진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토대로 '기회의 땅' 인도에서 빠르게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입니다.
현대차 인도 및 중국 판매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인도에서 전년동기대비 4.6% 증가한 31만대(도매 기준)를 판매해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현대차는 2021년 연간 판매량 50만대를 돌파한 이후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엑스터' 신차 출시 및 SUV 주요 모델의 판매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는 자동차 신흥 강국입니다. 14억 인구가 자동차에 눈을 뜨면서 산업의 성장 속도가 가파른데요. 2022년 일본을 밀어내고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판매 시장에 등극했습니다.
현대차는 1996년 5월 인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습니다. 중국 시장이 계속 쪼그라들고 러시아에서 철수한 만큼 현대차 입장에서는 인도 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 회장이 2020년 회장에 취임한 후 인도 사업장을 두번이나 찾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파른데다 실적까지 좋으니 현대차로선 인도 시장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현대차는 인도 100만대 양산체제 구축, 전동화 본격 추진 등 새 도전을 앞두고 있는데요.
지난해 8월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는 정의선 회장.(사진=현대차그룹)
우선 생산능력을 확충합니다. 현대차는 인도 푸네에 20만대 이상 규모의 신공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공장은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했습니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됩니다.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도 본격화합니다. 올해 하반기 인도 첫 현지생산 전기차를 선보이는 등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현대차는 올해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도 추진합니다. 현대차가 해외 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르면 오는 10월께 상장 작업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전기차 개발·생산 및 충전 인프라 구축 등 현지화 전략을 실행하는 데 투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 '엑스터'.(사진=현대차)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지난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IPO 추진 배경에 대해 "앞으로 인도에 많은 투자를 위해 재원 확보라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은 인도에서 가장 국민적인 기업, 인도 시장의 성장 등을 봤을 때 (상장은) 중요하다"며 "그런 차원에서 좀 더 현지 친화적인 부분으로 가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 적극 투자하는 것은 생산 기지를 만든 뒤 지속하지 못하고 밀려난 '뼈아픈 중국 시장 사례'를 반복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2016년 114만대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이듬해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대적인 보복 여파로 지난해 24만대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5개에 달하던 현지 공장도 2곳을 매각했습니다.
지난해엔 중국 현지 직원수가 7745명으로 줄며 처음으로 인도(1만935명)에 밀렸습니다. 반면 인도는 1만명을 돌파하며 한국(7만3015명), 북미(1만9389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직원 수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중국 법인이 상장했다면 현지 공장이 헐값에 매각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인도 법인으로선 IPO가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말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는 중국을 대신해서 성장 가능성이 크고 현지에서 높게 평가 받는 만큼 앞으로 현대차의 미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시장"이라며 "법인을 상장시켜 '메이드 인 인디아'를 강조하면서 현지 맞춤형 차종을 개발해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