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개입' 의혹에 침묵…세관 마약수사 '미스터리'

여, "맹탕 청문회 될 것"…야 "거짓말하는 자가 범인"
'용산 언급'에도 엇갈린 주장…"내 등에 칼" 대 "억울해"

입력 : 2024-08-20 오후 5:49:58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20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는 예상대로 여야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나타났습니다. 청문회 개최 자체에서 상호 간 이견이 컸던 만큼, 본격적인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 여당 의원들은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라며 '김 빼기'에 나섰고, 야당 의원들은 "거짓말을 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진실 규명에 대한 의지를 다졌습니다. 
 
여야의 첨예한 공방 탓에 이날 청문회의 핵심이었던 '용산 개입'의 실체는 명확히 드러나지 못했습니다.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백해룡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경정)의 일관된 주장에 대해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전 영등포경찰서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맞섰습니다.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세관 연루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전 영등포서장, 오른쪽)과 백해룡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전 영등포서 형사과장)이 신문에 상반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문회 개최 공방 평행선…야 "을지훈련, 핑계 안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이날 진행한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는 '청문회 개최가 적절한가'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인 배준영 의원은 "오늘은 1년에 단 나흘 있는 을지훈련 날"이라며 "경찰과 관세청 직원들은 1~2주일 전부터 청문회 준비로 을지연습 대비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비생산적인 청문회를 통해 맹탕 청문회라는 국민적 비난에 휩싸이기보다는 보다 국민들의 삶에 가까이, 그리고 국민들의 삶을 보듬을 수 있는 생산적인 청문회를 시행해 주길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행안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청문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맹탕 청문회니, 청문회의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는데요. 윤 의원은 또 "지난해에는 을지훈련의 주무 부처라 할 수 있는 국방부 장관도 국회 회의에 출석했던 전례가 있다"며 "오늘 청문회를 통해서 마약수사의 외압 주체가 누구냐, 어디서 마약수사 외압을 조장했느냐, 지시했느냐를 밝혀내야 한다. 청문회는 거짓말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도 "맹탕 청문회인지 뭔가 결실을 내는 청문회인지는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국민적 의혹이 있기 때문에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청문회를 하고 있다. 맹탕 청문회라는 선입견을 갖고 임하지 말고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겠다는 자세로 임해주셨으면 한다"고 동조했습니다. 
 
커지는 용산 배후설에…야 '경찰판 채해병' 
 
이날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대통령실 외압 의혹' 여부였습니다. 앞서 지난달 29일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백해룡 경정이 각종 외압 정황들을 폭로하면서 이날의 청문회까지 오게 된 것인데요. 일선 수사팀에서 사건을 수사하다 지휘부에서 사건을 수사하지 못하게 막은 의혹이 제기됐고, 그 배경에 이른바 '용산 개입설'까지 등장하면서 야권에서는 이 사건을 '경찰판 채해병 사건'이라 이름짓기도 했습니다. 
 
이날에도 백 경정은 용산이 외압의 배후라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간 반면, 그에게 '용산'을 언급했다고 알려진 김찬수 행정관은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맞섰습니다. 
 
김 행정관은 지난해 9월20일 밤 백 경정과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용산이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말했느냐는 질문에는 "사실무근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는데요. 백 경정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위증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그는 "억울하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되레 김 행정관은 "진짜 용산이라든지, 대통령실의 외압이나 부탁을 받았다면 소위 말해 브리핑 연기 지시뿐 아니라 모든 것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백 경정을 발령시키고 압수수색도 못 하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는데요. 
 
이에 백 경정은 "본인이 마약 압수 현장에서 진두지휘까지 했던 이 사건을 갑자기 브리핑도 막고 수사를 방해하게 된 계기가 용산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며 "김찬수 서장은 전담팀을 배신해서는 절대 안 되는 사람이다. 조직원들을 배신하고 제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이다"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이날 청문회에서는 조병노 전북경찰청 자치경찰부장(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이 백 경정에게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내용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 최형욱 서울청 사이버수사1대장(전 서울경찰청 폭력계장)이 영등포서를 방문해 마약수사 사건의 이첩을 지시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일련의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개입은 없었다면서 "정당한 수사 지시"라고 항변했습니다. 
 
한편, 이날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던 사람 중 윤희근 전 경찰청장과 '멋쟁해병' 단톡방 일원인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최동식 수원남부경찰서 부속실장 등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요. 이들의 부재로 마약수사 외압 의혹의 또 다른 뇌관인 조 경무관의 인사청탁, 징계무마 의혹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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