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승계 급한데…차바이오텍, 실적부진·주주반발 골머리

비상주주연대 "주가부양 의무 방관 원인은 오너일가 지분 확보 비용 절감"

입력 : 2024-09-09 오후 4:12:18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차병원그룹의 오너 2세 차원태 차의과대학교 총장의 차바이오텍 경영 승계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주주들과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9일 차바이오텍 비상주주연대에 따르면 차병원그룹의 오너 일가가 사실상 지주사인 차바이오텍을 오너 2세 경영 승계로 발판 삼아 지분 확보에만 몰두한 나머지 주가 부양 의무에 소홀히 하고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다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차바이오그룹은 차바이오텍을 중심으로 CMG제약, 차백신연구소 3개의 상장사와 차헬스케어, 차메디텍, 차케어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등 9개의 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요. 계열사 중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차바이오텍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차바이오텍의 최대 주주는 9.57%의 지분을 보유한 케이에이치그린입니다. 케이에이치그린은 차바이오텍의 창업자인 차광렬 차병원·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 및 특수관계자가 99.9%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상 오너일가 개인회사입니다. 차광렬 소장은 차바이오텍 개인 최대 주주로 5.83%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차광렬 소장의 장남이자 오너 2세 승계 물망에 오른 차원태 차의과대학교 총장이 4.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차바이오텍은 2020년 당시 7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며 신규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케이에이치그린과 성광의료재단이 차바이오텍 전환사채를 각각 60억원, 40억원씩 인수했고 같은 시기 신주인수권, 전환사채권 약 232억원 규모에 대한 사채양수도 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이후 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2021년 4월 케이에이치그린은 차바이오텍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는데요.
 
주주들은 차바이오텍의 전환사채 발행이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조달 같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아닌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오너 일가의 재산증식과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강화목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선우 차바이오텍 비상주주연대 대표는 "주주연대는 회사 측에 2018년 관리종목 지정되기 전 가격인 4만950원 이상으로 주가를 부양하고,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부실계열사를 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는 주가 하락에도 오로지 오너 일가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분별한 전환사채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경영권 분쟁 소송 '난타전'
 
비상주주연대는 지난달 차바이오텍을 대상으로 주주 명부 열람과 등사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하며 경영 정상화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오너 2세 승계를 위해서는 차원태 총장의 지분 확보가 필요한데 주가가 오를수록 추가 지분 매입 비용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주주들이 요구하는 주가 부양과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즉 오너 2세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차바이오텍이 주가 부양에 소홀히 하는 태도로 일관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비상주주연대 측은 차광렬 소장과 차원태 총장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라는 회사의 본연의 사업 목적을 등한시한 채 경영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차바이오텍은 제대혈 보관, 줄기세포 연구 및 세포치료제 개발이 주력 사업임에도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은 최근 3년간 줄곧 1%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차바이오텍은 거짓 회계 의혹으로 또 다른 투자자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차바이오텍의 거짓 공시로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입었다며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1심에서는 투자자 측이 승소했습니다. 차바이오텍은 2017년과 그 이전 사업년도에서 연구개발비를 무형의 자산으로 처리해왔지만, 회계처리 기준 강화로 연구개발비를 대거 비용처리 하면서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결국 2018년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투자자들은 기술 실현 가능성과 미래 경제적 이익 창출 방법이 없어 자산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개발비를 회사가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처리한 허위 공시를 믿고 투자해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차바이오텍이 항소를 제기해 2심이 진행 중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상반기 차바이오텍의 누적 실적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차바이오텍은 올해 연결기준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 133억4160만원, 순손실 57억875만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9540억원을 기록하며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2년 연속 영업손실과 4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해 수익성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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