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13차례 연속 동결했습니다. 다만 물가가 한풀 꺾인 데다 내수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조건은 갖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 인하 전망이 짙어지면서 한은의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시장은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습니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해 왔습니다. 역대 최장기간 동결입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집값이 들썩이는 것이 금리 동결 배경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올려 대응하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에 가계부채 잔액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가계대출 급증과 집값 폭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통위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습니다만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앞으로 3개월간 기준금리를 3.5%보다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지난 7월 금통위와 비교해 인하 의견이 2명 늘어났습니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환경은 이미 조성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달 연속 2%대를 기록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초중반으로 내려왔습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업데이트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2.4%로 기존 전망 대비 0.1%포인트 하향조정됐습니다.
오는 9월 미국 금리 인하 또한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19명의 위원 중 대다수가 지표가 지속해서 예상대로 나온다면 9월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기재됐습니다.
시장은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를 확실시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시장 참가자들은 내달 17~18일 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이상 내릴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습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직후 "하향 조정된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부진을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면서 "기조적 성장흐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총재 발언 등을 고려해 기존 10월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명실 아이엠증권 연구원도 "이번 금통위의 동결 결정은 금융안정에 포커스를 뒀으나 향후 물가나 경기환경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 요건이 갖춰지고 있음도 언급되며 이전 대비 완화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봤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13차례 연속 동결했다. 그러나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답변함에 따라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사진=한국은행)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